“렌터카 회사에게 납치 방조책임 묻자는 것”…언론중재법은 반민주법

by김현아 기자
2021.07.19 15:17:56

인터넷 분야 시민단체 (사)오픈넷 반대 성명
포털, IPTV까지 허위사실 유포 징벌적 손배 대상
한국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만들어서야
위헌 판정 받은 ‘허위사실유포죄’ 부활하는 셈
촛불의 뜻을 저버리는 민주당 언중법 개정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민주당 언론중재법은 마치 렌터카(포털·IPTV)로 저질러진 납치(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렌터카 회사에게 방조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민주당 언론중재법은 헌법재판소도 위헌으로 판정한 ‘허위사실유포죄’의 부활이다. 특정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할 순 없다고 했는데, 이를 민사법적으로 부활시킨 셈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대에 이런 법이 있었다면 어떤 기사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협 때문에 위축되고 사라져갔을지 상상해보라.”

인터넷분야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오픈넷이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에 대해 19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사)오픈넷은 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정보매개자의 자기책임 원리에 반하고 ▲국제인권적으로 평가받은 ‘허위사실유포죄’의 부활이며(표현의 자유 위축)▲언론 자유 침해에 따른 민주주의 후퇴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우려했다.

이 법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대상에 “... 정보를 인터넷뉴스서비스(포털),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을 통해 매개하는 행위”로 포함하고 적용대상자를 “언론 등”으로 정의하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까지 포함되도록 했다.

보도를 직접 하지 않고 그 보도를 매개하는 행위까지 징벌적 손배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오픈넷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와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자는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자가 아니라 기사가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도록 언론사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할 뿐”이라면서 “이들은 언론사별로 제휴/제공 여부를 결정할 뿐이지 기사별로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 기사의 내용은 물론 불법성에 대해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위법행위에 대한 방조책임을 물으려면 방조자의 인지가 필요하다는 것은 민사든 형사든 당연한 자기책임원칙의 귀결”이라면서 “렌터카가 납치에 악용됐다면 렌터카 회사에, 범죄모의를 휴대폰으로 하면 이동통신사가 방조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되물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DMCA 제512조와 CDA 제230조, 유럽의 전자상거래지침 13-15조 등에서는 정보매개자책임제한원리를 담고 있다.

오픈넷은 “이번 개정안은 역차별적 갈라파고스 규제 목록에 새롭게 등재되어 우리나라의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을 계속 저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코로나 백신이 델타변이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처럼 그 자체로 개인에 대한 명제가 아니라서 허위이든 진실이든 명예훼손과 같은 피해를 예상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보도에 의존해 행동한 사람이 나중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명예훼손, 사기, 문서위조 등 특정한 피해자에게 특정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표현이 아님에도 특정 표현이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하는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한 국제인권적 평가는 명확하다는 게 오픈넷 설명이다.

오픈넷은 “헌법재판소도 ‘허위사실유포죄‘에 대해서는 ‘공익훼손 목적’과 위법성요건으로 그 범위를 좁히더라도 위헌이라고 판정한 바 있다”면서 “개정안은 형사처벌은 아니지만 다른 불법행위들과 달리 5배수 손배를 부과한다는 면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는 형사처벌처럼 강력하여 민사법적으로 허위사실유포죄를 부활시킨 것과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사)오픈넷은 “억울한 일을 당해 승소해도 쥐꼬리만 한 배상밖에 받지 못하는 우리나라 민사손해배상제도를 발전시켜야 하는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일반적인 민법개정안을 통한 징벌적 손배 논의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언론사 및 정보매개자의 표현 및 표현매개행위에 대해서만 징벌적 손배를 설정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균형을 무너뜨리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거 표현의 자유가 공직자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죄 등으로 심대하게 위협을 받던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이런 법이 있었다면 어떤 기사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협 때문에 위축되고 사라져갔을지 상상해보라. 촛불의 뜻을 저버리는 언중법 개정안을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