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금감원, 채권단에 경남기업 특혜 압력"

by장영은 기자
2015.04.23 16:15:30

워크아웃때 성완종 전 회장 지분 무상감자 면제해줘
채권단에만 손실 떠 넘겨…이의 제기에 직접 전화 걸어 묵살
무상감자 없이 1000억규모 출자전환…성 전 회장에 158억 특혜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금융감독원이 경남기업의 세 번째 워크아웃 과정에서 특혜를 주도록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금융감독원에 대한 기관 운영 감사 결과 등에 따르면 성완종 전 회장의 경남기업은 지난 2013년 10월 두 차례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쳐 세 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당시 워크아웃 승인을 위한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은 경남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출자전환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회계법인은 출자 전환의 방법으로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의 지분을 2.3 대 1의 비율로 무상감자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주채권은행이었던 신한은행도 이에 동의해 성 전 회장 지분의 무상감자를 결정했으며 이 같은 내용을 금감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이 같은 출자전환 방식은 금감원에 의해서 저지당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금감원 담당 국장과 팀장이 워크아웃 과정에 독단적으로 개입해 대주주인 성 전 회장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상감자를 할 경우 성 전회장의 지분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성 전 회장은 지분율이 낮아질 뿐 아니라, 지분 감소에 따른 경제적인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당시 채권금융기관들은 채권단에서 막대한 손실을 부담하는데도 대주주는 무상감자 등 아무런 손실 부담을 하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는 그동안의 구조조정의 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시 금감원 담당자들은 금융기관에 수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해당 기관에서 반대해서 될 문제가 아니니 신속하게 동의하라”고 말하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 현재 이 국장은 퇴직한 상태이다.

결국 신한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통해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하도록 결정했고 지난해 3월 1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무상감자를 피하게 된 성 전 회장은 이로 인해 158억원의 특혜를 제공 받은 것으로 추산됐다.

또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출자전환을 할 때 기준주가가 발행가보다 낮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 대한 무상감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금감원 규정도 무시됐다.

경남기업의 경우 당시 기준가(3750원)가 주식발행가(5000원) 보다 낮은 상태로 엄연히 대주주에게 손실 책임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금감원이 부당개입하면서 당초 대주주 무상감사 조건의 출자전화 부의안건 내용이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으로 변경됐다”며 “이에 따라 대주주에게는 특혜가 제공된 반면 채권금융기관은 손실을 떠안게 되는 불공정한 결과가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 담당 팀장을 문책하는 한편 기업구조조정 업무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수행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으로부터 처분요구서가 오면 내용을 보고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