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업무 교육부→과기부?…법 개정 없인 불가능

by신하영 기자
2022.04.01 17:28:29

교육부·과기부 기능 규정한 정부조직법 개정해야
학교교육에 ‘대학’ 포함 교육기본법도 개정 필요
산학협력 등 일부만 이관해도 산촉법 등 손봐야
‘여의도 권력’ 야당에…검토단계서 그칠 개연성

신용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대학업무를 교육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정부조직법과 교육기본법을 바꾸지 않는 한 추진이 불가능하다. 산학협력이나 학술진흥 업무만 이관하기 위해서도 산학협력촉진법·학술진흥법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업무를 과기부로 이관하기 위해 우선 개정해야 할 법률은 정부조직법·교육기본법 등 크게 2가지다. 한 사립대 행정학과 A교수는 “법 개정 없이 대학업무 이관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조직법 28조는 ‘교육부장관은 인적자원개발정책, 학교교육·평생교육, 학술에 관한 사무를 관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부 역할을 △학교교육 △평생교육 △인적자원개발 △학술사무 등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어 교육기본법에 따르면 ‘학교교육’은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고등교육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교육기본법 9조(학교교육)에서 ‘유아교육·초등교육·중등교육 및 고등교육을 하기 위하여 학교를 둔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학교교육 업무는 교육부가 관장하는 것으로 법률이 못 박고 있고, 학교교육에는 초중고뿐만 아니라 고등교육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조직법과 교육기본법을 고치지 않는 한 인수위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학업무의 과기부 이관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교수는 “정부조직법에 명시된 학교교육에는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이 모두 포함된다”며 “정부조직법과 교육기본법 개정 없이 대학업무 이관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인수위는 과기부와 교육부를 합친 과학기술교육부로의 개편을 검토했지만, 교육계 반발이 거세지자 부처 간 통합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대학업무를 과기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과 교육기본법을 고치지 않은 한 이런 방안은 검토단계에서 그칠 공산이 크다. 더욱이 헌법(31조)도 ‘학교교육·평생교육 등에 관한 기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 개정 없는 대학업무 이관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만약 새 정부가 대학업무를 과기부로 이관하는 방향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하려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동의가 필수다. 국회 300석 중 민주당이 172석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대선에선 패했지만 ‘여의도 권력’은 여전히 민주당이 갖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교육부 축소·폐지론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인수위원 인선 결과 교육인사가 배제되면서 교육계 홀대 논란과 교육부 축소·폐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교육분야 정부조직 개편은 학교와 아이들을 위해 교육구성원 인식을 적극 반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 의원이 지난달 22일 발표한 학생·학부모·교직원 9233명 대상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5.6%가 교육부 축소·폐지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냈다.

전국 10개의 국립대 총장들로 구성된 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도 지난달 30일 “국립대학들은 교육부가 이번에 환골탈태해 지역발전을 위한 좀 더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고, 폐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산학협력이나 학술진흥 업무만 이관하기 위해서도 산학협력촉진법·학술진흥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과기부가 대학업무를 관장할 경우 이공계 분야에만 지원이 쏠릴 우려가 있다. 인문학·사회과학·예체능분야가 뒷전으로 밀려 균형적 학문발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대학업무가 과기부로 이관될 경우 인문학이 소외되고 기술발전만 강조돼 학문적 균형이 파괴될 수 있다”며 “또 과학기술 전담부처가 대학교육을 담당할 경우 연구개발과 관련이 적은 지방대의 반발이 우려되며, 대학과 초중고가 분리돼 자율성이 극대화된 대학의 학생선발이 점수위주로 치우치면 초중고 교육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