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21.12.14 17:01:54
LG그룹 빼고는 선제적 대응 드러나지 않아
총수지분 매각 어려워…지배구조 개편 연동
"규제일변도 방식 벗어나 자율재편 유도해야"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일감몰아주기(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개정 공정거래법 연말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다. 총수일가 지분을 팔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 감시망에 들어서는 터라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커진 상황에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공정위가 ‘채찍’으로 기업을 압박하기보다는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자율적인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오는 30일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을 앞두고 선제 대응에 나선 기업으로는 LG그룹이 대표적이다. LG는 최근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건설·건물관리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다. LG 계열사인 S&I코퍼레이션은 자회사 S&I건설 지분 60%를 GS건설 자회사 지에프에스에 매각하고, 건물관리 자회사인 S&I엣스퍼트 지분 60%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에 팔기로 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은 상장사·비상장사 모두 총수일가 지분율 20% 이상인 기업과 이들 회사가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다. 2015년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 이후 일부 기업들이 총수일가 지분율을 29.99%(30% 이상 규제)로 맞추는 등 규제망을 회피하는 사례가 나타나자 보다 규제망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규제대상 기업은 265곳에서 709곳까지 늘어난다.
LG그룹은 총수 구광모 회장이 최대주주인 ㈜LG를 통해 S&I코퍼레이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데,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 S&I코퍼레이션이 공정위 규제망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해 LG그룹은 선제적으로 지분을 파는 등 일감몰아주기 의혹 해소에 나선 것이다.
반면 LG를 제외한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은 저조하다. 현대차, 효성, LS, 영풍 등이 보유한 계열사들이 대거 일감몰아주기 규제망에 들어서지만, 아직 지분 매각을 하거나 거래구조를 대폭 변경하려는 움직임은 나오지 않고 있다. 2015년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될 당시 기업들이 대거 지분 매각에 나섰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신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지분율 규제도 강화되지만, 포스코 외에는 지주회사 전환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현행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은 상장은 20%, 비상장은 40%인데 각각 30%, 50%로 상향되는 터라 지주회사 전환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