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매각된다고? ‘S클래스’는 웃고 ‘푸르지오’는 화냈다(종합)
by황현규 기자
2021.07.06 15:52:44
대우건설 수주한 정비사업장, 반발 조짐
“푸르지오 아파트 될 줄 알았는데 중흥이라니”
중흥 주민들은 ‘브랜드 업그레이드’ 기대
중흥건설 “푸르지오 브랜드 안 건들 것”
[이데일리 황현규 김나리 기자]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사업지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대형사인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정했던 정비사업장에선 반발 조짐이 일고 있는 반면, 중형사인 중흥건설이 시공한 곳들에선 ‘브랜드 업그레이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행당7구역 재개발조합은 지난달 28일 대우건설에 매각 진행 상황과 함께 매각 이후 대응 방안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 관계자는 “구체적인 공문 내용을 확인해줄 순 없으나 매각 관련한 대우건설의 입장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행당7구역은 대우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 ‘써밋’이 붙을 정도로 성동구의 대장주 단지로 꼽힌다. 이곳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2호선·5호선·경의중앙선 등이 지나가는 지하철 왕십리역과도 인접하다. 약 1000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대우건설도 강남권 아파트에만 붙였던 ‘써밋’ 타이틀을 적용했을 정도다. 이미 재작년 관리처분인가를 마쳤고 이르면 올해 9월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중흥으로 넘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라도 시공사를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인근 J공인은 “주민 중엔 지금이라도 시공사를 취소하고 싶다는 의견도 있다”며 “써밋을 달아준다더니 대우건설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중흥S클래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온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행당7구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경우, 조합 차원에서 시공사 취소 카드까지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건설사에 공문을 보내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이미 주민들 사이에서 이번 매각 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공사 취소 등이 아직 공개적으로 요청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남은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대우건설이 불리해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장 7월 말부터 수주전을 시작하는 과천5구역부터 빨간 불이 켜졌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실 정비사업 수주는 시공 능력보다는 브랜드를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대우건설 브랜드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두개 회사가 독립 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중흥건설이 푸르지오 브랜드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것”이라면서도 “반발 여론이나 이미지 훼손 등을 고려해 대우건설이 오히려 기존 이미지를 지키고자 시공 능력 개발, 홍보 등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중흥건설 브랜드를 달고 있는 사업지에선 오히려 대우건설 인수를 ‘업그레이드’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시공능력과 브랜드 인지도가 더 우위에 있는 푸르지오(대우건설) 브랜드를 중흥 아파트에 적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이미 S클래스(중흥건설) 브랜드를 달고 있는 전주 만성지구, 김천혁신도시 아파트 입주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브랜드 교체 가능 여부를 묻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2024년 입주 예정인 봉담2지구 입주예정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브랜드명 변경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미 준공된 중흥 아파트가 푸르지오로 이름을 바꿀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중흥건설 관계자는 “지금까지 시공했거나 하고 있는 건에 대해서는 브랜드를 바꿀 계획이 없다”며 “대우건설과는 법인 자체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향후 지어질 아파트들의 경우엔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는 설명이다. DL이앤씨(옛 대림산업)가 계열 건설사인 고려개발, 삼호와 상표 통상 사용권을 설정해 ‘e편한세상’ 브랜드를 공동으로 사용한 것처럼 통상 사용권을 설정할 수 있다는 관측 등도 나온다. 이에 대해 중흥건설 관계자는 “만약 중흥건설이 수주한 땅 등에 대해 시공을 대우건설이 맡는다면 푸르지오 브랜드를 쓸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상황과 향후 포트폴리오 등은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흥이 확보한 대우건설의 노하우와 이름값 등을 토대로 S클래스 브랜드 자체 몸값이 오를 것이란 관측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인수를 통해 중흥건설의 시공능력이 개선되고 브랜드 이미지 등이 탄력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