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 사투벌인 역대 최악 의성 산불…2차 피해 예방 주력”

by박진환 기자
2025.04.09 14:42:04

이미라 산림청 차장, 3월 영남권 산불 진화 당시 소회 밝혀
전기·통신 두절에 헬기 운영 불가능… “상황 파악도 힘들어”
李 “수년 전부터 국립공원내 임도설치 및 낙엽제거 등 건의”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달 21일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같은달 22일 경북 의성 등 영남권에서 발생한 산불이 역대 최악의 피해를 안기며 열흘 만에 끝났다.

이미라 산림청 차장이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에서 산불 진화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열흘간 이어진 산불과의 사투를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한 이미라(56) 산림청 차장은 “이번 산불은 정말 전례가 없었던 이례적인 강풍이었다”면서 “지난달 25일 오후 5시부터 태풍급 강풍과 함께 바람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고 당시 산불은 의성에서 안동, 청송, 영양에서 영덕까지 휩쓸었다”고 최악의 밤으로 기록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차장은 “당시 산불로 전기와 통신이 모두 두절됐고 헬기나 드론이 모두 뜰 수 없는 상황에서 해양경찰청에 의뢰해 고정익 항공기를 이용해 밤새 화선 파악에 나섰고 열이 아닌 빛을 감지하는 카메라를 활용해 분석한 데이터를 산림청 상황실과 현장에 있는 통합지휘본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경북 의성 산불은 비화(飛火)한 불티가 1㎞까지 떨어진 민가와 산림에 동시에 떨어져 화세를 키우고 키워진 불에서 나온 불티가 다시 민가·산림에 날아가 또 다른 불을 키우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렸다. 이 차장은 “발화점에서 70㎞ 지점까지 확산한 속도는 이전까지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례였다”며 “의성과 안동 등 산불이 난 현장은 마치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능선 주변을 태우며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한 지역을 중심으로 응급 복구도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차장은 “산불영향구역 중 주택 등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며 “우기가 시작되기 전인 6월까지 토사가 밀려 내려오지 않도록 응급 복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라 산림청 차장이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에서 산불 진화 상황에 대해 보고받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 상황실에서 열흘간 산불 진화를 진두지휘한 이 차장은 “더이상 동원할 인력이나 헬기 등 가용 자원도 바닥난 상황에서 우리 군을 비롯해 미군이 헬기를 지원해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을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경남 산청 산불은 임도도 없는 40도 이상의 경사도로 인력 접근이 어렵고 최대 1m 높이의 낙엽 더미는 헬기에서 물을 뿌려도 꺼지지 않는 지중화 현상까지 겹치면서 최고 난이도의 진화였다”며 “결국 공중진화대와 산불특수진화대 대원들이 낙엽을 하나하나 긁어가며 불을 꺼야 했고, 60건 이상의 재발화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수년 전부터 환경부에 국립공원이라 하더라도 산불 등 산림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임도 설치 및 낙엽 제거 등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번번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번 산불을 계기로 범부처 차원에서 재발 방지 및 피해 최소화를 위한 방안들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고령층이 많은 농·산촌의 현실을 고려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차장은 “이상기후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초대형 산불 등 대형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산림청의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며, 국민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범부처간 협업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이미라 산림청 차장은 행정고시 41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산림청 산림보호국장, 산림복지국장, 기획조정관 등 산림청 최초의 여성 국장과 차장 등을 역임하며, 조직 내 유리천장을 깨고 있는 여장부로 정평이 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