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강 관세에 철스크랩 가격 고공행진…철강업계 '이중고'

by정다슬 기자
2025.03.25 13:17:44

트럼프 관세로 미국산 철스크랩 가격 20% 올라
제품가격 하락하는데 원재료 상승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게티이미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제품에 부과한 25% 관세 영향으로 미국에서 제철 재료로 쓰이는 철 스크랩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은 세대 최대의 철 스크랩 수출국으로 미국 내 가격의 상승은 전 세계 철 스크랩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가뜩이나 제품 가격 하락으로 시름하는 글로벌 철강제조업체에 원재료 상승이라는 악재가 발생할 수 있다.

2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피츠버그, 시카고, 필라델피아 동부 3지구 평균 철 스크랩 가격인 컴포짓 가격은 현재 1톤(t)당 374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관세를 발표한 지난달 10일 대비 16% 높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는 23% 증가했다.

철 스크랩 가격이 상승한 배경에는 관세를 피해 미국산 철강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달러를 추가투자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루이지애나주에 연간 270만t 생산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 공장은 저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현대차의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될 전기차에 필요한 철강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 철강업체는 관세를 반영한 가격 인상에 나섰다. 미국 철강회사 뉴코아는 열연 박강판을 감은 ‘핫코일’의 판매 가격을 3월 17일까지 8주 연속으로 인상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된 핫코일 선물 가격은 1월 말 대비 27% 상승했다.

미국의 철강 생산은 고로가 아니라 전기로가 주류다. 전기로는 큰 가마와 같은 노(爐)에 철 스크랩 등을 넣고 전기의 힘으로 이를 녹여 철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철 스크랩을 쉽게 구할 수 있고 국토가 넓기 때문에 중소규모의 전기로 제조업체들이 각지 분산돼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미국 철강 생산 방식 중 전기로 비율은 68.3%이다. 전기로 비율이 30% 정도인 글로벌 평균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철강 생산이 늘면 철 스크랩 수요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철 스크랩 수출량은 2023년 시점에서 연 1630만t으로 세계 최대다. 미국 내 사용이 늘어나며 수출량이 줄어들거나 수출가격이 오르면 전세계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철 스크랩 최대 수입국인 터키 역시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산 철 스크랩 수출 시세도 같이 상승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철 스크랩 수출국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집계한 2022년 기준 국내 철스크랩 자급률은 약 83%로, 부족분은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한다. 관동지역 철 스크랩 사업자들로 구성된 관동철원협동조합이 11일 실시한 수출 입찰에서 평균 낙찰가격은 t당 4만 4226엔으로 전월 대비 2.4% 상승했다.

미나미 코지 관동철원협동조합 이사장은 “미국발 스크랩 가격 상승에 더해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저·달러 강세가 진행되고 있어, 일본에서 동남아시아로의 수출 가격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