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獨, 상위 5%에 '부자 증세' 추진

by박종화 기자
2023.11.06 15:46:18

소득·상속·증여세 늘려 서민지원 재원 마련
대규모 공공투자 위해 재정준칙 완화도 추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독일 경제가 좀처럼 부진에서 못 벗어나는 상황에서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이 서민 부담을 경감하고 경제 체질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부자 증세’를 추진한다.

(사진=AFP)


독일 매체 RND는 내부문서를 입수해 사민당이 조세제도를 포함한 대규모 경제 개혁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세·재정 제도를 손봐 독일 경제 체질을 개선하고 서민 부담을 경감한다는 게 골자다. 궁극적으로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공공투자 펀드를 조성해 2030년까지 새로운 일자리를 100만개 만들고 기후중립(모든 온실가스의 순배출량이 0인 상태) 경제를 구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눈에 띄는 건 상위 5% 부유층에 대한 소득·상속·증여세 증세 방침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 9월 중소기업에 대한 320억유로(약 46조원) 규모 법인세 감세를 발표했는데 이번엔 부유층에 대해선 세금을 늘리겠다고 예고했다. 사민당은 이번 증세를 ‘한시적 위기세’, ‘미래세’로 부르며 늘어난 세수를 서민 생활고 경감과 교육 예산 확충 등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공익에 더 많이 기여하도록 할 것”이라며 “불평등 증가는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도 덧붙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 재정준칙에 대한 손질도 계획하고 있다. 교육과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대응, 인프라 투자 등에 대규모 공공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준칙 때문에 적기에 투자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사민당은 “지금 같은 재정준칙은 독일의 위상과 번영을 위협하고 있다. 이는 독일에 필요한 변화를 늦추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독일 연립정부 안에서도 자유민주당은 재정 건전성 강화를 주장하고 있어 사민당의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을진 불투명하다.

이처럼 사민당이 굵직한 경제 제도 개편을 추진하려는 건 최근 독일 경제가 부진에서 못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3분기 국내 총생산은 직전 분기보다 0.1% 감소했다. 독일 경제는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에도 역성장했다. 특히 고금리와 중국 수출 부진,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이 독일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클라우스 비스테센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경제는 완전히 진흙탕에 빠져 있다”며 4분기에도 회복이 쉽지 않으리라고 CNN에 말했다.

경제 불안이 겹치면서 사민당 인기도 추락하고 있다. 5일 주간지 빌트암존탁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민당 지지율은 16%로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30%)은 물론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도 뒤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