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질린 우크라…포격 피해 지하로 숨고 필사 탈출 행렬

by방성훈 기자
2022.02.25 16:58:15

외신들 "키예프 시민들 현실 깨닫고 공황상태"
러 포격후 지하철역 등 폭탄 대피소로 황급히 대피
고속도로·주유소·식료품점·ATM 등 피란민 행렬 줄이어
전쟁 참여 전 결혼식 올리는 젊은 커플도 있어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하늘이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바뀌었고 15초 후 폭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공격을 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전국적으로 전면 침공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왔고,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황급히 피난처로 도피했다.”

CNN방송 등 주요 외신들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첫 포격이 이뤄졌을 당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상황을 전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CNN은 “폭발이 주요 도시들을 뒤흔들었고,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격을 피해 필사적으로 몸을 숨기거나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전쟁에 참여하기 전 결혼식을 올리는 젊은이도 있었다”고 전했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폭탄 대피소로 몸을 피한 시민들. / AFP)
키예프 시당국은 주민들에게 집에 머물다가 사이렌이 울리면 대피소로 이동할 채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겁에 질린 시민들은 즉각 탈출을 시도했다.

이날 유럽 방향인 서쪽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수만대의 탈출 차량들로 가득 찼다. 우크라이나 육군 호송차, 구급차까지 뒤엉켰다.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우크라이나군 호송대가 통행 편의를 위해 여러 도로를 막은 탓에 혼란과 정체가 극에 달했다.

현금인출기와 식료품점에는 사람들이, 주유소 앞에는 차량들이 수백미터 길게 줄을 이었다. 외신들은 러시아의 공격이 25일까지 이틀째 진행되면서 수십명이 사망하고 이재민도 최소 10만명 이상 발생했다고 전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지하철역으로 대피하던 도중 한 아버지가 아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사진=AFP)




지하철역을 비롯한 각지의 폭탄 대피소에는 갈곳이 없는 사람들과 차량 탈출을 시도하다 되레 화를 당할까 두려워 몸을 피한 사람들로 가득찼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로 시민들이 이동하는 동안 지상에서 폭발음이 이어졌고, 지하철 승강장에는 폭발음 공포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는 시민들이 고꾸라져 있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군의 침공 이틀째인 25일에도 새벽 4시 30분께 키예프에서 세 차례 폭발이 발생한 데 이어 6시 30분 경 세 차례 추가 폭발음이 들렸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한 20대 대학생은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거의 잠을 자지 못해서 생각할 수도, (기자 당신의) 질문에도 답변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마토르스크에 거주했던 한 60대 여성은 (NYT)에 “이웃이라고 생각했던 러시아가 침공할 것이라고 마지막까지 믿지 않았다. 정말로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크라마토르스크는 동부 분쟁지역 도네츠크주 중심 도시다. 그는 “시가지에서 전투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중요한 서류와 옷가지, 스페어타이어만 챙겨 고향을 떠났다”고 말했다.

24일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 북부 3면에서 일제 공격을 개시한 러시아군은 현재 수도 키예프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5일 중으로 러시아군이 키예프 외곽 지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교외의 코쉬차 거리에 있는 주거용 건물이 러시아군의 포탄에 맞아 붕괴된 모습. (사진=A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