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달러 찍은 유가…한국경제 '돌발악재' 급부상

by김정남 기자
2018.01.16 16:15:23

예상 깨졌다…브렌트유 3년만에 70달러 돌파
50~60달러 전망한 산업계, 경영 차질 불가피
경제계, 배럴당 70弗서 추가 상승 여부 '촉각'

새해 들어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3월물 가격 추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3년여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했다. 단위=달러 출처=마켓포인트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제유가 급등세가 그야말로 파죽지세(破竹之勢)다. 어느덧 배럴당 70달러대를 찍으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70달러대 유가는 당초 예상을 깬 고공행진이다. 미국 셰일오일이 대체재 역할을 하는 만큼 올라봐야 60달러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산업계도 그런 시각으로 경영 계획을 짜놓은 상태다.

이런 탓에 유가 급등이 우리 산업계를 넘어 경제 전반에 ‘돌발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은 전거래일 대비 0.56% 상승한 배럴당 70.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14년 12월 2일 이후 3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급등했다.

국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도 큰 폭 올랐다. 같은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상업거래소에서 두바이유 현물은 0.74% 오른 67.03달러에 마감했다. 어느덧 70달러가 눈 앞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중동지역 원유 수입 비중은 85.9%다. 중동의 유가 지표인 두바이유의 변동이 원유수입국인 우리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최근 유가 급등은 크게 공급과 수요 측면으로 나눠볼 수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란 등 일부 산유국의 정정 불안 등 공급 감소 요인이 일단 거론된다. 여기에 최근 전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도 한몫했다. 극심한 겨울 한파도 에너지 소비를 늘렸다.

문제는 그 레벨이다. 배럴당 60달러대를 넘어 70달러대까지 올라설 것이라는 예측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45~60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당장 산업계는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영 계획을 다시 검토하는 게 불가피한 탓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15~19일 국내 주요 1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유가가 7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본 기업은 전체의 2.1%에 불과했다. 50달러 이상~60달러 미만(74.0%)이 가장 많았고, 그 뒤를 60달러 이상~70달러 미만(15.6%)이 이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중심이어서 에너지 의존도가 높다. 그런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배럴당 60달러 중반대까지는 버틸 만했는데 70달러부터는 힘들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급등 가능성도 있다. 그것도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cost-push inflation)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환율이 급락(원화 초강세)했음에도 석탄·석유제품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4% 올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무려 12.9% 급등했다. 한 당국자는 “수요는 주춤한 가운데 비용이 높아져 물가가 상승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용 상승 인플레가 발생하면 (한창 반등하고 있는) 세계 경제도 조금씩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대 관심사는 70달러선에서 더 오를지 여부다. 시장은 일단 큰 폭의 추가 상승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셰일오일 밴드효과’ 때문이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이 유가의 상단과 하단을 결정하는 원유시장의 구조 자체는 변함이 없다”며 “유가가 더 오를수록 셰일오일은 더 많이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결국 배럴당 60달러 밑으로 돌아갈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최근의 상승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배럴당 70달러를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동 등 일부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불확실성이 큰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또다른 시장 관계자는 “지난해 말께 원유 선물시장에 투기적인 순매수가 대규모 유입된 것 같다”며 “전세계 자산시장의 과열 양상이 유가에도 반영된 만큼 예단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