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시급 인상? 진짜 걱정은 임대료죠"

by김형욱 기자
2018.01.08 16:04:39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영업 위기의 진짜 문제는 최저시급 인상이 아니라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입니다.” (음식점 사장 K씨)

올해 가파른 최저시급 인상률(16.4%·7530원) 탓에 자영업자의 경영난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도 1인당 13만원씩 최저임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현장 얘기는 조금 다르다. K씨는 “정부와 언론은 만만한 최저시급·임금 얘기만 하고 있는데 진짜 문제는 임대료 올리는 건물주나 가맹비를 올리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라고 주장했다.

인건비가 올라 부담이 커진 건 맞지만 최저임금 지원에 맞춘 일련의 정부 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으론 어차피 직원을 못 쓴다”면서 “식당 일은 힘들기 때문에 파출 일당도 월급 기준으론 250만원 이상 줘야 일손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월급 기준 190만원 미만 대상의 정부 일자리 안정자금도 못 받는다. 이들은 “정부 통계(2016년 숙박·음식점업 평균 소득 월 137만원)는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도 올해부터 상가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상가건물 임대료 인상률 상한을 9%에서 5%로 낮췄다. 적용 대상도 보증금에 월세 환산액(월세×100)을 더한 환산보증금 4억원 이내 사업장에서 6억1000만원(서울 기준) 이내 사업장으로 늘렸다. 나름대로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려 노력한 것이다. 그러나 법정 임대료 상한선을 지키는 건물주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건물주의 일방적인 임대료 인상을 받아들이거나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자영업자들은 토로한다.

음식점 경기는 해가 갈수록 나빠지는데 요식업에 뛰어드는 사람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68만개에 달하는 음식·주점업은 이미 전체 사업체 수(282만개)의 4분의 1(2016년 24.0%)에 이르렀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요식업 창업에 매달린다. 그러나 이대로면 자영업자의 지원 노력이 임대료를 인상하는 건물주의 배만 불리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