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한국엔 치과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원이 없다

by이순용 기자
2015.12.09 14:34:14

고령화 시대에 치과의료가 더욱 중요하긴 한데... 연구는 치과대학에서 알아서 하세요?

[김영만 대한치과의사협회 부회장]얼마 전 2015년도 수학능력평가시험이 치러졌다. 수험생들은 모두 미래의 자신을 그리며 가고 싶은 대학교에 지원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며 자신의 점수로 희망하는 전공과 대학교에 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고 있을 것이다.

보건의료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그 존속성을 유지시키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분야로, 이러한 중요성이 반영된 것인지 대학교의 상위권에는 항상 의대, 치대,

한의대가 있다. 의대, 치대, 한의대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것, 의학계, 치의학계, 한의학계가 서로 개별적인 학문체계를 가지고 있고, 각 학계별로 전문과목을 기반으로 전문의 체계가 확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접할 수 있는 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분야 중 의학계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다수의 국립 연구기관을 통해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의학계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보건복지부 산하 비영리법인인 한국한방산업진흥원이 설립돼 체계적인 발전과 세계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반면 치의학에 대한 연구는 열악한 국가적 지원과 중심연구 기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각 치과대학(원) 별로 산발적으로 진행돼 오고 있다. 미국에서 국립치의학연구원을 설립하고 연 4,5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운영하며 치의학에 대한 연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국민 구강건강 증진을 이끄는 모습과는 사뭇 비교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의학의 발전으로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UN(국제연합)에서는 2025년에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추계하고 있다. 노인에게 구강건강은 전신건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WHO(세계보건기구)는 모든 나라들이 노인들의 구강건강을 증진할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구강건강의 문제가 중요한 정책과제가 되어 ‘노인임플란트, 틀니의 보험화’, ‘년 1회 스케일링 보험화’와 같은 굵직한 정책들이 현 정부에 들어 시행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고령화 시대와 관련된 중요한 구강보건 정책들이 시행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책은 현재의 치의학 수준을 기준으로 운영되어야 시행이 가능한 것인데, 그 현재의 수준이 정체한다면 우리 국민은 진전이 없거나 매우 더딘 수준으로 발전하는 치과의료를, 그리고 마찬가지인 구강보건 정책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10년 후의 가정을 극단적으로 비교한다면, 치의학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된 선진국에서 70세 어르신이 치아가 손상되었지만 저렴한 비용으로 연고형태의 약이나 간단한 시술로 회복하여 다시 건강한 생활을 영유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의 국민들은 여전히 틀니나 임플란트 시술을 통해 저작기능을 회복해야 할 것이고, 그 중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선진국으로 시술을 받으러 가거나 국내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고비용으로 해당 시술을 받게 될 것이다.

현재도 우리 국민들이 치과의료와 관련해 지출하는 비용은 상당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4년도 통계자료를 보면, 치과 병?의원에 방문한 환자들 관련 급여비용이 2조 4천억원으로 전년대비 26% 증가했고, 건강보험공단의 전체 급여비용의 약 20분의 1을 차지한다. 또한 전체 질병중 다발생 상병 순위 10순위 이내에는 ‘치은염 및 치주질환이 2위, 치아우식증이 7위로 2개의 상병이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제도와 정년연장 등 장수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들이 갖추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의 가까운 미래에 구강건강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을 경우를 대비한 조치는 실로 미미한 것으로, 2014년도 한국치과의료연감에 따르면, 정부투자 보건의료 연구개발비 현황에 치의과학은 단지 2.4%에 그치고 있다. 치의학의 발전으로 보다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의학 발전에 대한 연구를 지금이라도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는다면, 필자를 포함한 우리 국민의 노년 행복은 오복을 타고난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 치과의료산업은 창조경제 산업



치의학의 발전을 위한 연구는 곧 치과의료산업의 발전을 위한 연구로 직결된다. 산업이 발전되면 국부가 창출됨은 물론이고 고용창출이 이루어짐에 따른 내수경제활성화와 같은 선순환적인 효과가 이어진다. 치과의료기기 및 관련 제품은 R&D에서 사업화까지 평균 소요 기간이 3년 정도로 타의료기기에 비해 단기간내 사업화되어 직접적인 시장으로의 연계가 이루어진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는 ‘2014 치과의료기기의 기술 및 산업동향’이라는 리포트를 통해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의 현주소와 향후 방향을 진단하였다.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치과의료시장의 규모는 2011년 기준 97억 달러, 한화 10조원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시장규모로 연간 10.7%의 시장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고가 장비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임플란트와 영상진단장치 분야를 제외하고는 장기적인 연구의 부족으로 수입제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 치과의료산업이 역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식약처의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입 실적 보고 자료에 따르면, 치과의료산업 분야는 2014년 의료기기 생산액 상위 30대 품목 중 1위(치과용임플란트)와 3위(치과용귀금속합금), 11위, 19위, 30위를 차지하면서 30대 생산량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다만,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분석과 같이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는 선진국 대비 기술수준은 떨어지고 원천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양적인 성장이 주도하여 겨우 이끌어 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는 치과의료산업은 고도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기술로 부가가치가 높고, 타산업분야로의 파생가능성이 높으나 치과용 의료기기 관련 R&D 및 인력, 치과 의료기기의 산업화(국내 점유율 및 수출실적)의 수준에 비해 정부의 R&D 지원이 부족하여 국내 치과의료기기 시장 확대 및 세계적 치과의료기기 개발국가로 발돋음할 수 있는 기틀 마련이 필수라는 진단을 내렸다.

이와 함께 국내 제조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며, 치과의료기기 임상시험센터와 첨단치의학산업연구원을 설립하여 향후 해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사실 치과계에서는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서 진단한 내용을 오래전부터 추진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체계적인 치의학 연구를 통한 국민의 구강보건 증진, 신기술 및 첨단재료 개발, 치과의료비 지출 감소, 치과의료산업 발전을 위해 ‘한국치의학(융합산업)연구원’의 설립을 제안하고 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펼쳐오고 있다. 다수의 지자체에서도 그 필요성과 발전가능성을 인지해 유치 및 지원의사를 밝히고 있다. 또한 지난 2011년11월과 2015년 5월에 동 연구원의 설립을 골자로 하는“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현재 한국치의학(융합산업)연구원의 설립은 국회에서도 논의궤도에 올라 있다.

한국치의학(융합산업)연구원이 설립되면, 단백질 및 스템셀을 이용한 치주조직 재생기술, 합성 고분자를 이용한 지지체 제조기술, 치아·치주 부착기구 재건기술, 합금대체 신소재 보철 제조기술, 바이오 치아 재생기술 등 유망 첨단의료기술의 개발뿐만 아니라, 치과재료기기 시험 및 검사센터, 치과 신소재 및 진료시스템 개발 및 특허관리, 치과재료기기 제품평가 리포트 제작, 덴탈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산업발전이 이루어짐으로써, 치과의료와 치과의료산업 모두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혜택은 국민 모두의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이 성과의 혜택을 누리는 그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