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영지 기자
2023.02.08 15:46:56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1983년 2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반도체사업 진출을 결심하며 한 말이다. 40년이 지나도 회자하는 이른바 ‘도쿄선언’이다.
도쿄선언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화 씨앗을 뿌린 날이자 우리 기업사의 퀀텀 점프 순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삼성전자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1위를 수성하며 글로벌 반도체기업으로 성장했고, 반도체는 한국의 주력산업이 됐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녹록지 않다. 메모리 다운사이클에 따른 실적 부진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경쟁 기업들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 일본은 이날 자국기업은 물론 해외기업도 일본에서 반도체를 10년 동안 생산하는 전제 조건 아래 설비 투자금액의 3분의 1을 지원하겠다는 파격 지원책을 내놨다. 기업 지원을 위해 배정된 올해 예산만 3686억엔(약 3조5000억원)으로 전체 추경예산(1조3000억엔)의 30%를 차지한다.
일본과 함께 칩4 동맹국인 미국과 대만도 각각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과 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을 25%로 올리며 반도체 산업 보호에 나섰다. 이들 국가가 반도체 산업을 경제 안보 핵심축으로 인식한 지는 얼마 안 됐다. 반면 삼성이 40년 전부터 반도체를 경쟁력으로 보고 사업 성공의 의지를 드러낸 것이 무색할 정도로 우리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미미하다.
정부는 지난달 19일 국회에 세액공제를 15%로 확대한 ‘K칩스법’(반도체산업강화법)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 조특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는 14일 개정안을 논의할 방침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제시한 ‘반도체 초강대국’ 공약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돼도 지원 수준은 장비 몇 대 사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마저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될지 요원하다. 국회는 여전히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등을 둘러싼 정쟁을 벌이는 데 한창이다. 40년 전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했던 도쿄선언을 다시금 곱씹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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