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생선 덜 먹는 日, 수입식량 의존도↑…“국가안보 위협”

by김윤지 기자
2022.08.29 17:01:03

日식량자급률 37%…美·호주 100%↑
서구화된 식단에 해산물·쌀 소비 반토막
대만 갈등까지…"日 전체 기근 가능성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식습관 변화에 따른 일본의 농경지 축소가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진단했다.

(사진=AFP)
블룸버그에 따르면 칼로리 기준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1965년 73%에서 2020년 37%로 대폭 하락했다. 호주 200%, 미국 132%, 프랑스 125%, 영국 65% 등 주요국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쌀과 생선을 선호하던 일본인들의 식단이 빵이나 육류 중심으로 바뀌면서 수입 식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 통계에 따르면 일본 국민 1인당 연간 해산물 소비량은 20년 전 40kg 이상이었으나 최근 들어 25kg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마저도 자국산 보다는 노르웨이·칠레에서 수입된 고등어와 연어 등 수입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인 쌀의 소비는 연간 53kg으로, 1960년대 중반과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화로 일본에 더 많은 수입 식품이 유입됐고, 1인당 소득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식습관이 장려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맞벌이 가정·1인 가구의 증가 등도 생활 방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문제는 자체적으로 식량 수급이 가능한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달리 일본은 식량 수입이 중단되면 대체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수요 위축으로 가격까지 급락하자 일본 정부는 쌀 생산 감소를 위해 다양한 조치를 내놨고, 줄어드는 농업 인구와 맞물리면서 농경지 전반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밀은 전체 소비량 중 13%로, 5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해상자위대 장교 출신인 이토 도시유키 가나자와공대 교수는 낮은 식량 자급률이 일본을 그 어느 때보다 외부 요인의 변화에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는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세계 곡물 가격 상승, 비료 부족과 연료 가격 상승, 엔화 약세 등으로 일본 장바구니 물가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4%를 기록했다. 7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또한 4월(2.1%)과 5월(2.1%), 6월(2.2%)이 이어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여기에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농림부 관료를 역임한 야마시타 가즈히토 캐논 국제연구소 연구책임자는 “중국이 대만을 침략해 일본이 개입하게 되면 일본의 해상 항로는 파괴되고, 미국이나 호주, EU 등으로부터 식량 수입은 중단될 것”이라면서 “일본 전체가 기근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내년 예산안에 식량 안보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등 자구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쉽지 않은 과제라고 전했다.

야마시타 연구책임은 일본 정부가 가격 하락을 용인하더라도 자국 내 쌀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확량을 개선하고 경작 면적을 확대하면 쌀 생산량이 현재 700만t에서 연간 1600만t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스즈키 노부히로 도쿄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일본의 국가 안보를 위해 일본이 자국 내 쌀과 밀의 재배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안보 측면에서, 무기보다 식량이 우선시 돼야 한다”면서 “식량이 없으면 싸울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