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항공사들 잇단 감원 예고…"부양책 빨리 내라" 의회 압박

by방성훈 기자
2020.08.26 14:46:40

아메리칸항공, 10월 1만9000명 해고
델타·유나이티드 줄줄이 인력 감축 예고
"추가 지원 없으면 감원 불가피" 압박
美 의회에 부양책 협상 타결 촉구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방성훈 기자] 미국 의회에서 추가 경기부양책 협상이 난항을 보이면서 미 항공업계가 가슴을 졸이고 있다. 미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 방안이 이미 포함돼 있지만, 실업수당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언제 합의가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 항공사들은 하나둘씩 감원을 예고, 사실상 의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에 따르면 미국 주요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은 10월1일자로 1만9000명의 임직원을 일시 해고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종사, 승무원, 정비사 1만7500명과 관리직 1500명 등이 그 대상이다. 이 정도 규모는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3월 전체 임직원의 약 30%에 이른다.

로버트 아이솜 회장과 더그 파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임직원 메시지를 통해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이전에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심각한 정보를 임직원들과 공유해 왔다”며 “오늘은 지금까지 냈던 것 중 가장 어려운 메시지”라고 했다.

아메리칸항공은 10월 이후 텍사스주 델리오, 아이오와주 드부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플로렌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 등 미국 내 15개 중소 노선을 줄일 계획도 갖고 있다.

아메리칸항공의 이같은 몸집 줄이기는 항공 수요가 급감하는 와중에 정부 지원까지 끊기기 때문이다. 아메리칸항공과 미국 내 다른 주요 항공사들은 연방정부로부터 일자리 유지 등을 조건으로 지난 3월부터 250억달러(약 29조7000억원)의 지원을 받았고, 다음달 30일까지는 최소한의 운항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했다.

당초 미 정부는 6개월이 지나 9월이 되면 여행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이 자금을 지원했지만, 오히려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그치지 않으면서 항공사 자금 사정은 더 악화했다.

미 항공업계가 그나마 ‘연명’할 수 있는 방안은 워싱턴 정가의 재정 지원 합의, 즉 기존 지원책을 추가 연장하는 것이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는 일부 평가가 있지만 여전히 일일 감염자가 4만명 안팎에 이르는 탓이다. 자체적인 항공 수요 반등을 점치기는 아직 요원하다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신규 감염자는 3만7765명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5일 항공사들을 대상으로 연방정부 자금 250억달러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우선 공약으로 일자리 늘리기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수만명 규모의 해고가 현실화하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조치다.

많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뜻을 따라 해당 지원안을 신규 부양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청했다. 민주당 역시 자당이 장악한 하원에서 이미 지원 연장을 찬성한데다, 대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크게 반대는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실업수당 등에서 양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부양패키지 협상 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여야간 합의는 더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와중에 미 항공사들이 잇따라 감원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아메리칸항공 외에도 최근 델타항공이 조종사 1941명 해고 계획을 밝혔으며,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 3만6000명의 임직원에게 해고 가능성을 통보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고육지책이기도 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을 의회에 촉구하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아메리칸항공은 이날 정부의 추가 지원 없이는 인력과 노선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미국 내 13개 항공사 노동조합도 “7월 들어서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탑승객 수가 여전히 70% 이상 줄었다”며 “이 상태라면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한편 추가 인력 감축 소식에 이날 아메리칸항공 주가는 2.23% 급락한 주당 13.1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메리칸항공 주식은 팬데믹 전만 해도 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팬데믹 이후 반토막 이상 났다.

유나이티드항공의 경우 3.03% 내린 35.22달러에 마감했다. 유나이티드항공 주가는 연초 90달러 안팎이었다. 델타항공 주가는 이날 1.01% 반등(주당 30.10달러)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