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정유·디스플레이·섬유 울고 반도체·IT기기·조선 웃는다

by김형욱 기자
2020.06.22 15:00:00

산업硏, 2020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
하반기 수출 감소율 -7.5%로 완화할듯
반도체 등 코로나19 충격 둔화 가능성

항해 중인 컨테이너선 모습. 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올 하반기 반도체와 정보통신(IT)기기, 조선업종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산업이 코로나19 충격에서 점차 벗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하더라도 상반기보단 나아지리란 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정유와 디스플레이 등 주요 업종들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을 발표했다.

산업연구원은 우리나라 수출이 하반기로 갈수록 코로나19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수출액은 2421억달러로 전년대비 10.7% 줄어들지만 하반기엔 2509억달러로 7.5% 줄어들며 둔화 폭을 줄이리란 것이다.

이대로면 올해 전체 수출액 감소 폭도 한자릿수로 막을 수 있다. 산업연구원의 올해 총 수출액 전망치는 4930억달러로 지난해(5422억달러)보다 9.1% 줄어든 수준이었다. 올 4~5월 수출액이 전년대비 20% 이상 줄어든 걸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이다.

반도체와 IT기기의 수출액이 하반기 전년대비 각각 6.2%, 5.5% 증가하며 전체 수출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업종의 수출액은 연간으로도 각각 2.0%, 10.8% 증가가 예상됐다. 일반기계(1.4%↑)와 조선(1.0%↑), 이차전지(0.8%↑)도 하반기 수출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 제공
물론 이보다 많은 주요 업종이 하반기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정유산업 하반기 수출액은 42.5% 감소하며 상반기 수출 감소율(-29.3%)을 웃돌 전망이다. 올 초 급락한 국제유가가 연평균으로도 배럴당 42달러의 낮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어서 수출단가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국제 경쟁력이 약화한 디스플레이(-14.2%)를 비롯해 섬유(-12.0%), 가전(-10.3%), 철강(-9.8%) 등 다른 업종도 부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자동차 수출 감소율은 마이너스(-) 6.5%로 상반기(-22.3%)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충격 자체는 하반기에도 이어지겠지만 상반기와 비교하면 수출 감소 폭은 줄어들 것”이라며 “자동차와 가전, 섬유, 디스플레이는 하반기에도 어렵겠지만 비대면 사회 전환과 관련 있는 통신기기와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은 하반기 경제산업 코로나19 영향을 상대적으로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도 정부 공식 예상치와 같은 0.1% 증가로 잡았다. 다른 국내외 주요 기관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것과 대조적이다.

OECD는 한국이 올해 마이너스(-) 1.2%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회원국 중 가장 낮지만 마이너스에선 못 벗어난다는 것이다. 한은 역시 -0.2%로 외환위기(1998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하리라 전망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 주요 산업의 국내 생산기반이 비교적 잘 유지되고 있고 우리 주요 수출 대상국인 중국이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게 낙관 전망의 주된 근거다. 연구원은 또 현 추이를 봤을 땐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작고 재확산하더라도 경제산업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봉쇄 조치(셧다운)까지 이를 가능성은 더 낮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추가로 크게 확산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로 한 전망치”라며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셧다운 조치가 다시 강화한다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선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