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고가 논란 지속… 아웃도어 업계 "대형마트 납품안해"

by송주오 기자
2017.08.28 15:42:56

프리미엄 아웃도업 업체들 유통채널서 대형마트 제외
레드페이스, 자체 개발 소재로 고어텍스 대체

고어텍스.(자료=공정위)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로 고어텍스(GORE-TEX) 소재의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됐으나,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를 찾아보기 힘들 전망이다. 프리미엄 아웃도어 업체들이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 대형마트에 공급을 하고 있지 않아서다. 이들은 대리점과 백화점을 주력 유통채널로 삼고 있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일부 중저 브랜드와 고어텍스와 유사한 소재를 적용한 제품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미국 고어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6억7300만원을 부과했다. 고어사는 방풍과 방수, 투습 기능을 가진 고어텍스를 생산하는 업체다. 이 업체는 국내 아웃도어 업체에 고어텍스 원단을 공급하면서 고어텍스 소재의 제품을 대형마트에 팔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 고어텍스는 프리미엄 등산화와 등산복에 주로 사용되면서 고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1년 한 시민단체 조사에서 고어텍스 소재 제품이 일반 제품 대비 최대 1.8대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에 고어텍스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뤄질지 미지수다. 블랙야크, 밀레 등 프리미엄 아웃도어 업체들이 고어사의 정책과 별개로 대형마트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 않아서다.

A 프리미엄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자사 대리점과 백화점, 일부 아울렛을 주요 판매 채널로 활용하고 있다”며 “대형마트엔 제품을 공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B 프리미엄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도 “대형마트를 판매채널도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프리미엄 아웃도어 업체들이 대형마트를 기피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대형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어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의 주요 판매채널은 대리점, 백화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고어텍스 제품의 유통경로는 대리점 60%, 백화점 30%로 전체의 90%가량을 소화했다. 아울렛은 5%에 불과했다. 다른 제품들도 주로 대리점과 백화점을 통해 판매된다.

레드페이스가 지난해 말 출시한 콘트라멜란 구스 하프 재킷.(사진=레드페이스)
방수와 방풍, 투습 기능을 고루가진 소재가 고어텍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0년대 이후 고어텍스 고가 논란이 일면서 일부 국내 업체는 자체 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코오롱은 ‘하이포라(HIPORA)’를 개발해 사용하고 있으며 블랙야크와 네파는 각각 ‘야크테크’, ‘X-VENT’ 등을 개발했다. 다만 이들 소재의 시장점유은 30% 남짓에 불과하고 코오롱과 블랙야크 등도 주로 대리점에서 판매해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고어텍스 기능을 가진 소재를 개발해 대형마트에 납품하고 있는 아웃도어 업체는 레드페이스가 대표적이다. 레드페이스는 매년 매출의 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 방수, 투습 등을 겸비한 ‘콘트라텍스’ 소재를 개발했다. 등산화에 우선 적용한 뒤 재킷, 모자, 패딩 등으로 적용 범위를 점차 넓혀왔다.

레드페이스 관계자는 “자체 연구를 통해 콘트라텍스 개발 후 등산화에 우선 적용해 사용했다”며 “이후 계속된 개선 작업으로 의류 등 적용범위를 넓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