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각 "포레카 지분 안 팔면 묻어버린다더라" 협박

by한광범 기자
2017.02.01 14:06:32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 지속 압박
"세무조사 외 공격법 108가지 있어"
"김우중이 망하고 싶어 망했겠느냐"
"윗선 궁금해하지 마" 배후 안밝혀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비선실세’ 최순실씨 측근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 지분을 인수한 한상규 컴투게더 대표에게 지분 양도를 압박한 구체적 상황이 공개됐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차 전 단장과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한씨가 송 전 원장·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등과 나눈 대화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대화는 한씨가 포레카 예비투자자로 선정된 이후인 2015년 3~7월 사이에 이뤄진 것이다.

한씨는 초기부터 김경태 전 모스코스 이사와 김영수 전 대표로부터 지분 양도가 명시된 이면계약서 작성을 지속적으로 요구받았다.

한씨와 같은 제일기획 출신인 송 전 원장은 한씨가 지분 양도를 지속적으로 거부하자 6월부터 본격적으로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송 전 원장은 “30년 지기인 한씨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선의에서 설득한 것”이라며 협박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송 전 원장은 한씨와의 대화에서 “(위에서 봤을 때) 컴투게더와 한상규가 양아치 짓을 했고 전문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포지셔닝 했다”며 “지금대로 가면 컴투게더는 없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씨에게 포레카 지분 포기를 요구하며 “막말로 얘기하면 ‘묻어버려라’ 까지도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세무조사를 보내서 컴투게더를 없애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송 전 원장은 한씨가 ‘세무조사를 받고 포기할 각오를 하고 (상황을) 오픈하거나 반격하면 안 되나’고 묻자 “그건 절대 안 된다. 그들은 안 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108가지 더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례를 들면서 “컴투게더 (법인 신용) 카드를 다 까봐라. 골프 친 것, 기업 접대한 것 다 들춰낼 수 있다”며 “이걸로 관련 기업들을 겁줄 수 있다”고 위협했다.

송 전 원장은 포레카 지분 양도를 거부하는 한씨를 향해 “그 사람들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내면 베스트”라며 “그냥 ‘이렇게 하려면 차라리 포레카 인수 자체를 포기하겠다’고 하니까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한씨)도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김우중(전 대우그룹 회장)이가 망하고 싶어서 망했겠느냐”고 언급하기도 했다. 송 전 원장의 계속된 협박에도 한씨는 주변 지인들과의 상의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2015년 7월 3일 최종적으로 “마누라가 국수집이라도 한다고 소신대로 하라고 한다. 백의종군하고 투항해 들어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송 전 원장은 자살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언급하며 “성완종은 수백 명에게 돈 뿌리고 자기 편임을 확답받았을 것이다. 한 번 휘몰아치기 시작하니까 그것이 안 지켜졌다”며 “내가 잘 돼야지 남한테 힘을 주지 않을까 싶다”고 경고했다.

송 전 원장은 최순실씨 측이 포레카 강탈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선 “그들이 생각했던 큰 로드맵이 있다고 한다. 재단이 있는데 (참여한) 기업이 많이 있다고 한다. 그 광고주들 이끌어서 광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회사를 키우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최씨 등 윗선의 존재를 묻는 한씨의 반복되는 질문에 “궁금해하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송 원장이나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막아줄 수 있는 이상이냐’는 한씨의 질문에 “김성우도 (이 사안은)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한씨가 ‘정권보다 높은 데가 있느냐’고 묻자 “구조적으로 복잡한 게 있다. 그게 누구냐고 하면 저도 모른다”며 배후를 끝내 밝히지 않았다.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1일 오전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