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D-2 막판 변수…여야, 文장관 해임 대치(종합)
by김정남 기자
2015.05.26 17:39:17
與,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 합의안 추인
연금 전문가들 "공무원연금법안 28일 처리해야"
野, 문형표 해임 주장 변수…"文 해임돼야 처리"
여야 원내지도부 회동 결렬…文 해임 두고 대치
[이데일리 김정남 강신우 기자]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작업이 큰 고비를 넘었다. 여야 실무진이 최대쟁점인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기를 두고 접점을 찾았고, 이 초안이 26일 새누리당의 추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야 합의의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5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다만 막판 변수도 여전히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해임을 개정안 처리와 연계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곧장 협상에 나섰지만 진전을 보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문구와 관련한 여야 합의 초안을 추인했다. 50% 수치는 명기하되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증한다’는 문구가 추가된 게 골자다. 이는 앞서 지난 20일 공무원연금 개혁 특위 간사였던 조원진 새누리당·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이 절충한 것이다.
이날 의총에서 공개된 합의안을 보면, 공적연금 사회적기구의 설치 목적으로 공무원연금 실무기구에서 합의한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와 그밖의 합의내용에 대한 적정성 및 타당성을 검증하고 제반사항을 논의해 합의된 실현방안을 마련한다고 명시됐다.
기존 문구는 ‘국회에 사회적기구를 설치하고 국민의 노후빈곤 해소를 위해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한다’였다. 여야 협상과정에서 50% 수치에 대한 검증부터 다시 하자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여야간 입장이 한발씩 절충된 문구다. 소득대체율 50%는 새정치연합의 주장대로 명기하되 새누리당의 복안대로 그 목표를 단언하지 않는 선에서 조율이 됐다. 이 문제는 공무원연금 개정안 처리의 최대 난관이었다. 새누리당의 추인으로 오는 28일 개정안 통과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금 전문가들도 이날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선(先) 처리’에 힘을 보탰다. 연금 전문가 18명은 지난 24일 서울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회동을 한 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는 점을 존중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길 촉구한다”는 내용의 권고문을 이날 여야에 전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민연금 제도가 적절한 노후소득을 보장하기에 부족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한다”면서 “향후 설치될 사회적 기구에서는 적정부담 적정급여의 원칙에 따라 명목소득대체율 50%를 포함해 종합적인 대안을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인식은 일단 공무원연금 개혁부터 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입장에 다소 가깝다는 해석이 많다. 여야가 공동으로 전문가들에 자문을 구한 만큼 처리 압박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꼭 통과시켜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면서 “여야에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 중이신데 진통 끝에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아직 5월 임시국회 내 처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새정치연합이 협상 막판 문형표 장관의 해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장관이 여야간 5·2 합의 등을 두고 했던 발언이 문제가 있었다는 게 그 이유다. 문 장관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해 “세대간 도적질”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복지부 장관의 교체는 사회적기구의 자율성 확보와 대타협의 기본 전제조건”이라면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합의된다고 하더라도 28일 본회의에 바로 직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개정안의 처리는) 복지부 장관 해임이 선행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연금 전문가인 문 장관의 경질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어서 험로가 예상된다.
당장 조해진 새누리당·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가 이날 오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사회적기구 구성 규칙안 등의 타결을 위해 회동을 계획했지만, 대치 끝에 만나지도 못했다.
조해진 수석은 회동 결렬 후 국회를 나가면서 강기정 새정치연합 의원과 조우해 “마무리가 잘 안되고 있다. (연금개혁안을) 잘 만들어놨는데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강 의원은 “내 선에서는 끝났다”고 선을 그었다. 이춘석 수석도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우리는 문 장관의 해임과 세월호 시행령 관련 부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새누리당이 이날 추인한 합의 초안이 새정치연합에서 추인 받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문 장관의 해임을 두고 여야간 대치가 심화되면 새정치연합의 내부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이 이번달 통과되지 않으면 ‘총선 정국’에서 장기미제 법안으로 표류할 게 유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