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아닌 '노출' 표현…쿠팡 대표 "부족했다" 사과
by이소현 기자
2025.12.02 10:50:42
국회 과방위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논의
김범석 의장 사과 부재에…"한국법인이 수습"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쿠팡에서 3300만개가 넘는 쿠팡 고객 계정 유출 사태 초기에 개인정보 ‘유출’이 아닌 ‘노출’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책임 회피 지적이 제기됐다.
| | 박대준(왼쪽 두번째) 쿠팡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굳은 표정을 보이고 있다. 이날 과방위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긴급 현안질의를 진행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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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10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서 쿠팡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긴급 현안 질의가 진행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사고 후 가입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유출’이 아니라 ‘노출’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건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표현했느냐, 과징금 등을 피하려 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실제 쿠팡은 사태 초기 개인정보 유출 대신 노출이라는 표현을 고수한 것에 대해 업계에선 미 증시에 상장된 쿠팡의 모회사 쿠팡Inc에 대한 현지 집단소송(징벌적 배상)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꼼수로 보고 있다. 개인정보 노출은 개인정보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 개인정보 유출은 개인정보가 권한 없는 자에게 전달되거나, 통제권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이날 과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는 “어떤 책임을 모면하려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의원님 지적처럼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이 “이런 큰 사고가 났는데 사과와 안내를 하면서 어떻게 ‘노출’이라고 표현하느냐”고 다시 한 번 따져 묻자 박 대표는 “저희가 생각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또 사상 최악의 정보 유출 사고에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이 직접 나서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의장은 한국 쿠팡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쿠팡Inc의 의결권 74.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의원이 “김범석 의장이 직접 사과할 의향은 없느냐”고 질의하자 박 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발생한 일이고, 제 책임하에 있기 때문에 제가 다시 한번 사과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이 “국민들은 김범석 의장이 직접 사과하기를 원한다. 그분은 항상 뒤에 숨어 있느냐, 사과할 의향이 없는 것이냐”고 다시 한 번 따져 묻자 박 대표는 “현재 이 사건에 대해 전체 책임은 제가 지고 있다”며 “한국 법인 대표로서 이 사태가 수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애초 자사 4536개 계정에서 고객명·이메일·주소 등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당국에 신고했다가 조사 과정에서 유출 규모가 무려 3379만개 계정에 달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오후 언론에 정보 유출 사실을 알렸으며, 상당수 쿠팡 사용자는 다음날 쿠팡 측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