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설’ 불발, 지방은 부글부글…국회의원도 가세
by신하영 기자
2024.02.15 15:36:46
정부 “의대 증원, 올해 입시부터 적용…신설은 불가”
서동용의원, 교육부 방문 “전남지역 의대 신설 요청”
순천대 “응급환자, 1시간 30분 거리 광주까지 이송”
창원대 “인구 100만명 대도시에 의대 한 곳도 없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정부가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했지만 ‘의대 신설’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지역 내 의대가 없는 지방에선 이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도내 의대가 전무한 전남지역과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시가 대표적이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늘어난 의대 정원은 오는 4월께 대학에 배정될 전망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3일 브리핑을 통해 “4월 전에 학교별 배정을 확정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 의대의 총정원은 보건복지부가 결정하지만 이를 대학에 배정하는 일은 교육부 소관이다. 교육부는 늘어난 정원 2000명을 △비수도권 의대 △정원 50명 미만의 소규모 의대에 우선 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남 의대 신설’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정훈, 서삼석, 김회재, 소병철, 김승남, 김원이 국회의원.(사진=뉴시스) |
|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정원 50명 미만의 의대는 총 17곳이다. 이 가운데 지방 소재 의대는 강원대·건양대·동아대·충북대·대구가톨릭대 등 12곳이다. 비수도권 소재이면서 정원 50명 미만의 의대면 정원을 추가로 받을 공산이 크다.
반면 지역 내 의대가 없는 지방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전남지역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선 심각한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광주의 전남대병원까지 환자를 이송해야 해 2012년부터 의대 신설을 요구해 왔다.
박병희 순천대 의대설립추진단장(경제학과 교수)은 “도내 순천·여수·광양지역에선 화학·철강 산업이 밀집돼 있어 산업재해 등 응급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있는 광주까지 111km,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며 “전남지역은 또한 노령화가 가장 심각한 지역이면서 사망률도 높다. 정부가 지방소멸을 막으려 한다면 전남지역에 의대를 우선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순천·광양·곡성·구례군이 지역구인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런 요구에 가세했다. 서 의원은 지난 13일 교육부를 방문, 전남지역 의대 신설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전남지역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곳이며 특히 인구 70만이 밀집한 전남 동부권(순천·여수·광양·구례·고흥·보성 등)은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의료 사각지대”라며 “정부가 의료취약지인 전남 동부권을 중심으로 의대 신설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이어 “전남지역 의대 신설을 전제로 복지부와 정원 배정을 다시 협의해야 한다고 교육부에 주문했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시 소재 창원대도 30년 넘게 의대 신설을 요구한 곳이다. 창원시가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임에도 불구히고 해당 지역 국립대인 창원대에 의대가 없다는 불만에서다.
창원대 관계자는 “창원시는 비수도권 도시 중 유일하게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이지만 지역 내 의대가 없다”라며 “의료 수요가 높은 지역인만큼 정부가 창원대에 의대 신설을 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역별 의대 입학정원 및 의사 수.(그래픽=뉴시스) |
|
교육부는 당장 올해 치러질 2025학년도 입시부터 의대 증원을 적용해야 하기에 시간상 의대를 새로 설립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늘어난 정원은 기존 의대에 배정하겠다는 의미다. 의대 신설에 소요되는 재원이 최소 수백억원에 달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의대 신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박병희 순천대 단장은 “당장 늘어난 정원을 2025학년도 입시부터 배정해야 하니 올해 의대 신설은 어렵더라도 내년에는 의료취약지역에 대한 의대 신설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지난 6일 “지역 의대 신설 필요성은 계속 검토할 예정인데 당장 2025학년도 입학정원에 반영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