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들인 자체매립지 중단한 인천시…시민단체 반발
by이종일 기자
2022.07.13 15:51:07
인천시, 시장 바뀌자 자체매립지 사업 중단
유정복 시장 공약 맞춰 대체매립지로 선회
쓰레기 발생지 처리원칙 벗어나 시민단체 비판
"피해지역 더 생기면 안돼…지자체별 처리해야"
인천시 "자체매립지 백지화 아냐, 필요시 재개"
| 인천시가 자체매립지 예정지(노란색 동그라미 부근)로 매입한 영흥도 영흥면 외리 일대 전경. (사진 = 인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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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가 2년 남짓 추진한 자체매립지 조성 사업을 중단하고 대체매립지 확보에 힘을 싣기로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대체매립지 조성이 인천시가 주창한 쓰레기 발생지 처리원칙과 모순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민선 8기 유정복(국민의힘) 시장의 취임에 앞서 지난달 29일 자체매립지(인천에코랜드) 조성 사업을 중지했다. 자체매립지 사업은 민선 7기 박남춘(더불어민주당) 시장이 2025년 수도권매립지 종료를 위해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러나 올 6·1지방선거에서 박 시장이 낙선하고 유 시장이 당선되자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종료 정책을 바꿨다. 기존 자체매립지 사업 대신 대체매립지 확보에 행정력을 모으기로 했다. 자체매립지는 인천시 쓰레기만 매립하려는 곳이고 대체매립지는 현재 수도권매립지에 묻고 있는 인천·경기·서울지역 쓰레기를 함께 매립하려는 새로운 곳이다.
대체매립지 사업은 유 시장의 공약이다. 이달 1일 취임한 유 시장은 임기 4년 안에 대체매립지를 확보해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의 쓰레기 매립을 종료시키겠다고 선거 때 약속했다.
시는 유 시장의 공약을 반영해 2020년 10월부터 추진한 자체매립지 사업을 중단하고 환경부의 대체매립지 확보에 함께하기로 했다. 자체매립지 예정지로 지난해 4월 617억원에 매입한 영흥도 부지 89만㎡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 다른 용도로 활용할 예정이다.
시는 올 2월 착수한 자체매립지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도 최근 정지시켰다. 대체매립지가 확보되면 해당 용역 계약을 파기하고 용역이 진행된 만큼만 용역비를 낼 방침이다. 애초 용역비는 2억2000만원에 계약됐다.
시민단체는 발생지 처리원칙과 모순되는 대체매립지 조성에 인천시가 참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까지 인천시는 서울시·경기도의 쓰레기를 수도권매립지에 버리는 것이 주민에게 악취 등의 피해를 준다며 발생지 처리원칙을 강조했다. 이 원칙은 각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해당 지역에서 매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 쓰레기가 쌓여 있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전경. (사진 = 인천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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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로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를 종료하고 영흥도 자체매립지에 소각재 등을 매립하는 정책을 최근까지 추진했다. 환경부가 지난해 1~5월 서울시·경기도와 함께 2차례 시행했다가 실패한 대체매립지 공모사업은 발생지 처리원칙과 맞지 않기 때문에 인천시는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시는 이달부터 이 원칙에서 벗어나 대체매립지 확보에 참여하기로 해 정책 신뢰도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자체매립지 조성 중단으로 부지 매입비와 용역비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인천시는 발생지 처리원칙에 맞게 자원순환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지자체별로 매립지를 만들어 처리해야 수도권매립지가 있는 서구와 같은 피해지역이 더 생기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쓰레기 문제의 본질적인 방안은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다”며 “매립지 정책 때문에 쓰레기 저감 대책이 등한시돼서는 안된다. 각 지역은 쓰레기를 적게 버리는 노력이 필요하고 재활용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환경부의 대체매립지 공모가 2차례나 무산됐다. 이 사업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인천시는 정책을 흔들지 말고 영흥도 자체매립지 사업을 계속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대체매립지를 확보해 인천·경기·서울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한 곳에 묻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며 “자체매립지 사업을 백지화한 것은 아니다. 상황을 지켜보고 필요하면 자체매립지 추진을 재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흥도 매입 부지는 현재 공시지가가 792억원으로 매입가 617억원보다 자산가치가 175억원 올랐다”며 “예산이 낭비된 것이 아니다. 다른 용도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