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종 "사드 대응, 성깔대로 할 순 없다..내달 18일 이후 해결 모색"
by최훈길 기자
2017.09.13 14:00:00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기자간담회
WTO에 사드보복 中 제소 '신중론'
"대응 플랜 A 넘어 B·C도 세밀히 검토"
"中 당대회 내달 18일 이후 해결 모색"
|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사진=산업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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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통상 사령탑’인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사드보복 논란에 휩싸인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지 여부에 대해 “정책이라는 것은 내 성깔대로 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당장 고강도 압박에 나서 한중 관계를 경색시키기보다는 대화·협상을 모색해보겠다는 셈법으로 풀이된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국을) 제소할지 안 할지 카드를 갖고 있다”며 “어떤 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일지는 아주 세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기를 추가로 배치한 이후 김 본부장이 한중 통상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산업부는 중국의 이른바 사드보복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법리 검토를 마쳤다. 산업부는 지난 3월 복수의 법무법인으로부터 중국의 사드보복이 WTO ‘최혜국 대우’ 규정 위반이며 이를 WTO에 제소할 경우 승소할 것이라는 자문을 받았다. 최혜국 대우 조항은 WTO 회원국끼리 수출·입에서 차별 없이 대우를 받도록 한 규정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이 알려지자 이른바 잇따라 사드보복에 나섰다.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갑자기 제외됐다.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등 우리나라 3개 항공사의 1~2월 전세기 노선이 불허됐다. 소방과 안전규정 등을 문제 삼아 중국의 롯데마트 매장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도 내려졌다. 이 때문에 WTO 제소 필요성이 거론됐다.
하지만 김 본부장은 “제소를 해서 승소할 경우를 비롯해 그다음 단계까지 다 생각해 봐야 한다”며 “플랜 B, 플랜 C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북아는 사실상 전시 상황”이라며 “수세적 대응 매뉴얼로는 이 격량을 헤쳐나갈 수 없다. 혁신적이고 치밀한 전략·책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략적으로 볼 때 현재는 협상 국면이라는 게 김 본부장 판단이다.
한·중·일 및 유럽의 경제 협의체인 아셈의 제7차 경제장관회의는 오는 21~22일 서울에서 열린다. 우리 정부는 연내에 한중 FTA 서비스·투자협상을 타결할 계획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여는 19차 전국대표대회가 내달 18일 개최된다.
이에 김 본부장은 “한반도의 운영은 대륙세력(중국)과 해양세력(미국) 사이에서 밸런싱(균형) 유지를 잘하는 데 있다. 대륙세력과의 관계도 긴밀해야 한다”며 “10월 18일 이후에 기회를 보고 (서비스협상 등 현안을)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해서는 “미국 내부의 반대 여론 때문에 한미 FTA 폐기 주장은 취소된 상태”라며 “미국 측과 항상 접촉하면서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공동연구·분석부터 하자고 제안하고 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지난달 열린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에서 농산물 분야 관세를 즉시 철폐해달라고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우리 정부는 비공개 협상 내용이라며 노코멘트 입장을 유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