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난 이재용 멘토..보고 않는다"..특검 "재벌 총대 메기"
by한광범 기자
2017.04.14 17:44:52
삼성 뇌물 재판서 최지성 피의자신문조서 공개
"최순실 관련 여부, 책임 우려해 일부러 알리지 않아"
특검 "다른 총대 메기 사건에서 결국 총수가 책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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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최지성(66)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급)이 총수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자신이 멘토이며 보고하는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61)씨 측에 대한 구체적 지원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주장인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에 대한 뇌물 사건 공판에서 특검과 삼성 변호인단은 최 전 부회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공개했다.
신문조서에 따르면 최 전 부회장은 “제가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리해 삼성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며 “제가 책임을 지고 있고 중요 현안만 이 부회장에게 공유한다”고 진술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저에게 중요 현안을 보고받고 지시받는 관계라고 말하긴 어렵다”며 “(삼성 후계자인) 이 부회장이 의견을 낼 경우 존중하지만, 지금은 애매한 측면이 있는 과도기적 관계”라고 말했다.
최 전 부회장의 주장은 삼성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삼성은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세 차례 독대에서 ‘승마 지원’을 요청한 점은 인정하지만 이 부회장이 최씨의 연관성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최 전 부회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사장급)은 승마 지원이 ‘최씨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사실을 두 번째 독대 이후인 2015년 8월 초에 알게 됐다는 입장이다.
최 전 부회장도 특검에서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대한승마협회 회장·부회장이었던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로부터 2015년 8월 3일 최씨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지원을 승인했다면서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최씨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협회를 통하지 않는 지원을 최씨가 요구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고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회장이 대통령에게 독대에서 야단 맞은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히 보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특검의 질문에도 “제가 책임지려고 했다. 이 부회장에게 책임이 안 가게 일부러 보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특검이 ‘총대를 메서 바꿀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이 부회장의 관여가 많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최 전 부회장은 “대답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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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전 부회장은 2016년 2월 세 번째 독대를 앞두고도 이 부회장에게 최씨 연루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대통령 요청대로) 좋은 말을 사줬고 선수 훈련비도 대주고 있다. 충분히 문제없게 해뒀다. 야단맞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최씨 관련 내용과 구체적 지원 금액은 말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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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부회장은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저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표정에서 석연치 않은 느낌이 있었지만 저에게 ‘알았습니다’라고만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 변호인단은 공판에서 “이 부회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 싶었지만 멘토인 최 전 부회장이 그렇게 얘기하니 더 묻지 않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전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최씨 모녀 존재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선 “제가 2016년 8~9월경 박상진 전 사장으로부터 (언론보도 상황을) 보고받은 후, 이 부회장에게 ‘정유라 훈련 지원을 중단하려고 하고 있다’고 간단히 말했다”며 “이 부회장이 당시 당황하는 기색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 측이 뇌물을 건네고 삼성물산 합병 등에서 정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특검 공소사실의 전제도 부인했다. 최 전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관계가 없다”며 “정부에서 도와줘야 경영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최 전 부회장 진술에 대해 특검은 공판에서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실무책임자의 총대 메기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총대 메기의 전형적 사건들과 달리 이 부회장이 대통령과 세 차례 단독 면담을 하는 등 총 8번에 걸쳐 범행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사실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총수를 위한 총대 메기가 쟁점이 된 사건들이 꽤 많았다”며 “이전 사건들은 이번처럼 직접 개입이 상대적으로 덜했음에도 불구하고 간접 사실로 총수가 책임을 졌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