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닥친 저유가시대..장기적으로 '호재'

by경계영 기자
2014.12.01 16:20:58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제유가가 추락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그 후폭풍이 유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유가 하락은 국내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을 0.27%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업종별 희비는 엇갈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1월물 선물 가격은 전날 대비 10% 급락해 배럴당 66.15달러를 기록했다. 5년 3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브렌트유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70달러를 밑돌았다.

증권가는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늘리며 시작된 공급 과잉 상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OPEC 회의는 내년 6월에나 열릴 예정으로 그때까지 감산이 이뤄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강유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잉공급 우려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중단기적으로 유가 하락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이 원유 생산을 줄여야 가격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가 하락은 일단 국내 경제에 ‘파란불’이다. 에너지 관련 비용이 줄어들면 가계는 에너지 대신 다른 데 소비할 여력이 확대된다. 기업은 전반적으로 에너지 관련 비용을 아껴 이익률을 개선할 수 있다.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은 국제유가가 급등하기 전인 2000년대 초 에너지 소비지출 비중이 4%대에서 지난해 5.5%대로 올랐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민간소비 여력이 0.5~1.0%포인트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선진국 구매력이 느는 만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엔 긍정적이다.

유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경우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에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점 또한 기대가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은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와 증시에 부정적이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주요국 부양정책 여력을 높이고 소비 사이클 회복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IT, 섬유, 자동차 등 일반 소비재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경제 전반적으로는 호재지만 업종별로는 유가 하락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김종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유가가 30달러에서 100달러선까지 치솟을 때와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자동차 업계가 그 대표적 사례다. 유가 급등으로 자동차 연비를 절감하고자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을 잇따라 내놨지만 연구개발(R&D)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됐다.

유가 급락을 반색하는 또 다른 업종은 항공업계다. 유류비는 원가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 삼성증권은 항공유가 연평균 배럴당 1달러만 하락해도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이 각각 330억원, 160억원씩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해운업계와 유틸리티 업종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익찬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117930)과 한국전력(015760)은 유가 하락 10% 하락 시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1500억원, 1조6000억원 증가할 것”고 추정했다.

반면 정유업계는 울상이다. 정유사는 재고 1000만~2000만배럴을 보유해 대규모 평가손이 발생하고 정제 마진도 하락한다. 휘발유, 경유 등 제품을 만들기까지 6주 이상 걸려 원유를 비싸게 사서 제품으로 싸게 팔기 때문이다. 이미 유가 하락으로 정유 4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44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5%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조선주에도 유가 하락은 악재다. 조선주에 ‘큰손’ 역할하던 오일메이저업체가 비용을 줄이면서 해양 프로젝트 발주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재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LNG선이 안정적으로 발주되고 선대 효율화를 위한 대형 컨테이너선 발주가 이뤄지겠지만 해양부문 신규 수주가 부족해져 외형 성장 둔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