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내항 개방하면 뭐하나…철책 설치로 바다 가려

by이종일 기자
2023.09.20 16:50:01

인천시, 다음달 15일 8부두 2차 개방
바다 주변 도로 쪽 철책 추가 설치 중
개방해도 철책 있으면 바다 접근 못해
시민단체 "시야 가리는 철책 철거해야"

1차로 개방된 인천 내항 8부두 상상플랫폼 앞 주차장에서 바라본 바닷가 모습. 주차장과 도로 사이에 2중 철책이 설치돼 경관을 가리고 있다. 2차 개방 구역에도 동일한 철책이 설치될 예정이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인천시가 내항 8부두 일부를 시민에게 추가로 개방하려고 보안구역을 해제하면서 바다를 가리는 철책을 설치해 반쪽짜리 개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는 시민의 수변공간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철책 설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20일 인천시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두 기관은 다음 달 15일 중구 내항 8부두 2만600㎡와 주변 주차장 부지 1만6500㎡를 시민에게 개방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는 보안시설을 설치 중이고 해양수산청은 관련 공사가 끝나면 해당 부지에 대한 보안구역 해제 절차를 진행한다.

이번 개방은 지난 2016년 8부두 옛 곡물창고(상상플랫폼으로 리모델링 완료)와 주차장 등 4만3900㎡를 1차 개방한 것에 이어 두 번째이다. 기존 8부두는 보안구역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됐지만 무역항 기능이 중단돼 부분적으로 보안구역을 해제하고 있다.

시는 추가 개방을 위해 8부두에서 보안시설(철책·CCTV·영상감지센서) 설치, 부지 정비(그늘막·벤치 설치, 잔디 조성) 사업을 지난달 착공했다. 1차 개방 당시 옛 곡물창고 주변도 해양수산청이 철책 등 보안시설을 설치했다.

인천시는 현재 상상플랫폼 앞 주차장과 왕복 4차선 도로 사이에 설치된 300m짜리(바다 쪽 직선거리) 기존 철책에 185m를 추가해 전체 485m로 늘리고 있다. 철책 앞 도로를 건너면 바다가 나오고 바다와 도로가 맞닿는 지점에 기능을 잃은 접안시설이 있다. 도로와 바다는 보안구역으로 유지한다.
2016년에 1차로 개방된 인천 내항 8부두 상상플랫폼 앞 주차장과 도로 사이에 설치된 철책. (사진 = 이종일 기자)
주차장과 도로 사이에 철책을 설치하는 것은 국제 선박을 타고 온 외국인 선원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양수산청은 설명했다. 내항 7부두 등에 접안한 선박에서 출입국 심사를 받지 않은 외국인 선원들이 바다로 뛰어내려 8부두 개방 구역을 통해 몰래 밀입국할 수 있어 철책 등 보안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상상플랫폼 주변 기존 철책은 높이 2.7m짜리 사각형 모양이고 내부는 쇠줄이 가로·세로로 연결돼 있다. 철책 상층부에는 삼각형 모양의 날카로운 철조각이 연이어 붙어 있고 CCTV도 곳곳에 설치됐다. 철책은 2중으로 돼 있다. 도로 쪽 사각형 철책 주변에는 원형철조망이 2단으로 쌓여 있어 접근이 어렵다. 2차 개방하는 구역에도 1차 때와 동일한 2중 철책이 설치된다.



상상플랫폼 앞 주차장에서 철책 근처로 가까이 가서 바다를 보면 사각형 모양의 철책 쇠줄과 원형철조망이 시야에 들어와 경관을 망친다. 시민단체는 갑문시설인 내항에서 외국인 선원이 바다에 뛰어내려 밀입국할 가능성이 없다며 철책 설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 내항 8부두 재개발 홍보관 2층에서 바라본 바닷가 전경. 철책이 가리지 않은 바다 풍광은 시야를 넓혀준다. 사진의 노란색 선은 상상플랫폼 앞에 설치된 철책이 있는 곳이고 파란색 선 부근은 인천시가 철책 설치를 추가하려는 곳이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대표는 “선박에 탄 외국인 선원이 밀입국하려면 내항에 들어서기 전 갑문 밖에서 바다로 뛰어내릴 것이다. 그것이 밀입국에 유리하다”며 “내항에서는 출입국·외국인청 직원이 외국 선박에 탑승해 선원들을 검사하기 때문에 밀입국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수산부가 1·8부두를 재개발한다면서 바다 앞에 철책을 세워두면 제대로 개발이 되겠느냐”며 “무역항 기능이 중단됐으니 보안해제구역을 수역까지 확장하고 시민이 바다에 접근할 수 있게 철책 설치를 중단하고 기존 상상플랫폼 앞 철책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은 ㈔내항살리기시민연합 이사장은 “8부두는 도로가 필요 없는데 해양수산청이 도로를 없애지 않고 보안구역도 해제하지 않아 시민의 접근을 막는다. 개방을 한다지만 바다가 보이지 않아 친수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며 “1부두나 7부두에서 넘어올 수 없게 조치를 하고 8부두 바다 쪽은 시민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해양수산청과 국가정보원 등에 철책 없이 바다까지 개방할 수 있게 보안구역 해제 대상지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며 “그나마 개방 구역을 넓히는 것에 의미를 두고 철책 설치 공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양수산청측은 “7부두 하역사 등이 8부두 야적장을 사용하고 있어 화물차가 다닐 도로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며 “8부두 야적장을 대신 할 곳을 찾지 못했고 2~7부두를 대체할만한 부두도 없어 보안구역 해제를 확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철책 설치는 국제항해선박 및 항만시설의 보안에 관한 법률과 국정원 보안업무규정 등을 고려한 것이다”며 “내항을 한꺼번에 재개발하지 않는 이상 바다 쪽 철책을 철거할 수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 시행자인 인천항만공사는 “재개발사업이 본격화되면 1·8부두 앞 바다 쪽 철책을 제거하도록 보안당국과 협의하겠다”며 “보안을 유지하면서 바다를 개방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