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부터 부품까지…애플 아이폰, 中에 너무 많이 의존”

by김윤지 기자
2022.09.07 16:17:27

NYT “인도에서도 中업체 제조 핵심 역할”
“아이폰, 양국 창조물…생산 다각화 어려워”
美기술자, 일당 139만원 中출장 거부…격리 탓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미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애플이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을 추진하는 등 ‘탈(脫)중국’을 시도하고 있으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중국 상하이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사진=AFP)
NY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인도에서 일부 아이폰을 제조하겠으나, 핵심적인 역할은 중국 기업들이 맡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대만 기업 폭스콘을 예로 들면서, 폭스콘이 인도 첸나이에서 링이아이텍 등 인근 중국 공급업체의 부품을 받아 인도 노동자들을 통해 기기를 조립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보통신(IT) 리서치업체인 루프 벤처스의 진 먼스터 매니징 파트너는 “애플은 생산 기지의 다각화를 원하지만, 그것은 어려운 길”이라면서 “중국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애플은 미국의 설계를 바탕으로 중국의 값싼 노동력과 대규모 생산능력만을 이용했다.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생산한 지 15년이 지났고, 그 사이 중국의 기술 발전으로 현지 기술자와 부품업체들이 참여하면서 제조 디자인, 스피커·배터리 같은 부품까지 중국의 기여도가 높아졌다. NYT는 “결과적으로 아이폰은 미국에서 디자인되고, 중국에서 만들어진 제품이었으나 현재는 양국의 창조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였다. 애플은 이 때문에 미국 기술자 대다수를 중국으로 보내 아이폰의 조립 공정을 설계하도록 하는 관행을 포기해야 했고, 대신 선전과 상하이에서 핵심 설계를 담당하는 중국인 기술자 고용을 늘렸다. IT분야 고용동향을 조사하는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애플의 중국 구인 건수는 2020년 한 해 전체보다 약 50% 늘었다. 신규 채용된 직원 상당수는 서구에서 교육받은 중국인들이었다.



NYT는 애플이 2주 동안 격리와 4주간 근무 기간 동안 하루 1000달러(약 139만원)의 급여 지급을 약속했음에도 직원들이 중국으로의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출장을 통해 최대 5만달러(약 6932만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격리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최근까지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해외 입국자에 대한 10일 동안 시설 격리를 하고 있다.

부품 공급에서도 중국 업체의 참여가 대폭 늘었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싱위칭 교수에 따르면 10여 년 전만 해도 중국은 저임금 노동자들 제공해 미국, 일본, 한국산 부품을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이를 아이폰 가치로 환산하면 중국의 비중은 3.6%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중국 공급업체들이 직접 스피커·배터리·카메라 모듈 등을 제조하면서 해외 공급업자들을 대체했고, 싱 교수에 따르면 현재 아이폰 가치에서 중국은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애플도 중국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여타 국가들은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공장을 닫았으나 중국에 있는 애플 관련 공장들은 꾸준히 생산을 이어갔다. 덕분에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났으며, 사상 최대 판매량도 달성할 수 있었다고 NYT는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