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인경 기자
2022.08.22 17:28:47
거래소, 컬리 상장예심 청구 5개월만에 승인
김슬아 대표 낮은 지분율 우려에 FI 막판 조율
쏘카, 상장 첫날 6%대 약세…1조원 가치 멀어져
"증권신고서 제출까지 6개월…시점 가늠할 것"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컬리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문턱 9부 능선을 넘었다. 지난 3월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하지만 위축된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를 감안하면 컬리가 앞으로 갈 길도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22일 한국거래소는 컬리의 주권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해 예비심사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컬리와 함께 골프존카운티도 코스피 상장예심을 통과했다.
보통 상장예심을 받기까지 평균 약 2개월이 걸리는데, 컬리의 심사는 다소 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에 대한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거래소는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로 낮은 점을 고려해 재무적투자자(FI)에 최소 18개월 이상 보유 지분을 팔지 않을 것과 20% 이상 지분에 대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겠다는 약정을 컬리에 요구해 왔다.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로 상장 이후 경영권에 불안 요인이 돌출, 자칫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컬리의 지분 50% 이상은 대부분 외국계 FI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하우스캐피탈(11.89%)과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이다. 이에 컬리는 FI들로부터 의무보유확약서를 받았고 거래소에 이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보유 확약서에는 컬리의 재무적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김 대표와 공동 행사하겠다는 약속은 물론,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겠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컬리는 당장 코스피 시장에 도전하기보다 적절한 시기를 가늠한 후, 상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IPO 시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지 않은 만큼, 원하는 몸값을 받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일뱅크, SK쉴더스 등 대기업들이 IPO 시장에 나왔다가 줄줄이 공모를 취소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 탓에 원·달러 환율이 1330원대까지 오른 상황이기도 하다.
IPO 강행한 쏘카 역시 부진한 수요예측에 당초 원했던 가격(3만4000~4만5000원)을 포기하고 2만8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하지만 일반 청약에서의 경쟁률도 14.4대1로 흥행에 실패했고 상장 첫날에도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쏘카(403550)는 공모가와 동일한 시초가(2만8000원)에서 출발해 1700원(6.07%) 하락한 2만63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8607억원으로 당초 기대했던 1조원 중반대의 가치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컬리는 지난해 12월 앵커에쿼티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4조원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재 시장에서 평가되는 컬리 가치는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재 서울거래비상장에서 컬리의 가치는 2조1528억원으로 나타났다.
한 중형증권사 IPO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도 치솟는 등 시장 분위기가 경직돼 있고 하반기 내내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상장예비심사 통과 후 증권신고서 제출까지) 6개월간의 시간이 있는 만큼, 컬리로선 당장 상장에 나서기보다 최선의 시점을 가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