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조’ 2년새 2배 성장…제약사, 펫시장에 빠지다
by김영환 기자
2021.09.01 15:54:16
반려동물 시장 각광 속 제약사들 나란히 시장 진출
유한·녹십자·종근당·대웅 등 진출 러시
2018년 2.8조에서 지난해 5.8조원대로 성장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반려동물 치료제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반려동물 연령도 높아지면서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코로나19의 여파로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인구도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집중도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반영됐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000100), GC녹십자(006280), 종근당(185750), 동국제약(086450)을 비롯해 대웅제약(069620) 등이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른바 ‘펫코노미(Pet+Economy)’다. 대표적 선진국형 산업인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증대되는 데 따른 제약사들의 새 먹거리 창출로 풀이된다.
대웅은 지난달 19일 반려동물 서비스 업체 ‘대웅펫’을 자회사로 편입한다고 밝혔다. 대웅펫의 전신은 지난 2019년 설립된 한국수의정보로, 이 회사는 반려동물 신약 및 비대면 의료서비스, 임상시험 지원 플랫폼 개발 등을 주요 사업으로 영위한다. 대웅 측은 “반려동물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등 진출을 위한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대웅은 앞서도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당뇨병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지난 5월 수의학회에서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한 SGLT-2 억제제 당뇨약의 치료효과 임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인슐린으로 혈당이 조절이 어려운 반려견을 대상으로 혈당 조절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5월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를 론칭했다. CDS는 사람의 알츠하이머(치매) 증세와 비슷하다. 제다큐어는 이를 치료하는 국내 최초의 동물용 의약품으로 지난 2월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종근당은 계열사인 종근당바이오를 통해 지난 2019년부터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반려동물 전용 프로바이오틱스 브랜드 ‘라비벳’을 통해 반려동물의 장·구강 등을 위한 유산균제를 선보이고 있다.
녹십자 자회사 GC녹십자랩셀은 반려동물 진단검사 전문회사 ‘그린벳’을 설립했다. 경보제약은 반려동물 건강 관리제품 전문브랜드 ‘르뽀떼’를 론칭하고 반려견 대상 필림제형 구강 관리 제품 ‘이바네착’을 출시했다. 동국제약은 올해 3월 주총에서 ‘동물용 의약품 제조·수입 및 판매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했다.
기존의 동물의약품 제조업체들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동물의약품 제조·판매사인 이글벳(044960)의 반려동물 사업부 매출은 지난 2015년 매출 110억에서 지난해 214억으로 5년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은 영위하고 있는 기존 사업과 유사성을 보이면서도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후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보다 개발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들지만 시장 성장성은 높다는 점이 제약업계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KB금융그룹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반려동물을 키우는 양육가구 수는 604만 가구, 반려인구는 1448만명으로 집계됐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가 2010년 17.4%에서 2020년 26.4%까지 폭증했다. 국내 4가구 당 1가구 이상 반려동물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여파로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반려동물과 시간을 보내는 인구도 늘었다.
산업연구원의 ‘국내 펫코노미 시장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9000억원에 불과했던 반려동물 시장은 2018년 2조8000억원에서 2020년 5조8000억원대까지 증가했다.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코로나19 확산세가 유지되면서 반려동물 시장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분석이 뒤따른다.
사단법인 한국동물약품협회에 따르면 동물약품시장 규모는 2010년 5445억원에서 지난해 887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간 이렇다할 반려동물 의약품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약사들의 반려동물 시장 진출은 동물약품시장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변화로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 확대는 향후 이어질 것”이라며 “의약품이라는 공통점에서 제약사들의 시장 진출은 계속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