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지주·자회사 추진…"또 옥상옥…일자리 만들기용?"

by정두리 기자
2021.05.24 15:45:19

1개 지주사에 2~3개 자회사 개편 유력
“경영상 효율성 떨어뜨리는 아이디어"
"업무 투명성 위한 감시체계 우선돼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정부가 땅 투기 사건이 발생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쪼개 기능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일자리만 늘리는 ‘옥상옥’ 구조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LH의 경영상 효율성도 심각히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LH혁신안을 이르면 이달 말 확정·발표한다.

앞서 정부는 LH 투기 의혹에 대한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듯 ‘환골탈태’ 수준의 강도 높은 혁신을 공언해왔다.

현재로서는 LH에 토지, 주택, 도시재생 등 주택 공급 핵심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 기능을 모두 분리하는 해체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혁신안 초안은 1개 지주회사에 2~3개 자회사를 두는 구조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지주사가 자회사를 관리·감독 및 견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주거복지공단(가칭)의 지주사가 매입·전세임대와 임대주택 정책 등 비수익 주거복지 사업를 맡고, LH는 토지, 주택, 도시재생 업무를 중심으로 복수의 자회사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식이 해체 수준의 혁신안과는 거리가 멀고 실효성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패를 막는 뚜렷한 방안도 와 닿지 않고 사업 효율성은 더 떨어지게 만드는 아이디어”라면서 “현재로서는 LH 혁신안의 목적성을 알기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적자가 엄청 발생하는 임대주택사업이나 해외사업, 도시재생사업 등 수없이 많은 사업이 있는데, 무조건 조직을 쪼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것 같다”면서 “보여주기 식 개편보다는 업무를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과 윤리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LH가 지주사 체제로 전환될 경우 지주사 및 자회사 임원 자리가 오히려 늘어나는 등 당초 정부가 공언했던 ‘조직 슬림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LH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문제의 본질인데, 지주사 전환으로 해결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면서 “결국 불필요한 일자리만 늘어나는 옥상옥 구조를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LH는 그동안 택지개발 등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공공 임대로 손실을 메꾸는 교차보전 구조를 유지해오고 있으나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게 되면 이조차도 유지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회계상 투명성은 보다 강화될 수 있으나 막대한 공공 임대 손실을 ‘부채’로만 관리하기에는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이다.

LH가 지주사 전환 체제를 넘어서 완전 해체 수준의 분리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주사 전환은 어차피 한 회사를 사업별로 분리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토지공사, 주택공사, 관리공사, 도시재생공사 등을 완전히 분리시키고 토지공사 위주로 철저히 관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1만명에 달하는 비대한 조직을 슬림화시키는 결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LH투기논란은 기본적으로 조직구조에서 초래된 문제가 아니라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사적유용한 것이 핵심”이라며 “조직구조 개편이 아닌 철저한 감시감독과 패널티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LH 개혁방안과 관련해 여당과 국토교통부는 오는 27일 당정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이르면 이번 주 안에 LH 혁신안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