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IT업계 매출 급제동…실물경제로 파고 든 `반도체 기근`

by이정훈 기자
2021.05.18 17:29:54

`글로벌 IT 위탁생산 최강국` 대만에 반도체 숏티지 충격
IT 19개사, 4월 매출 증가세 둔화…"부품 없어 생산 정체"
아이폰 제조 페가트론·스마트폰 렌즈 1위 다리광전 `쇼크`
"스마트폰 부품 부족, 패널 부족에 가격 상승 충격 지속"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자동차에서 시작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숏티지)이 정보기술(IT)분야까지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스마트폰이나 개인용 컴퓨터(PC)를 조립 생산하는 대만 기업들의 실적에도 제동이 걸렸다.

수요는 왕성하게 늘어나는 반면 부품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실적 부진으로, 이 같은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일본 경제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세계 최대 노트북 위탁생산업체(ODM)인 컴팔전자가 발표한 4월 매출이 전년동월대비 5% 감소했다. 앞서 1분기(1~3월)에 전년동기대비 48%나 늘어났던 매출액에 급제동이 걸린 셈이다. 주력 매출처인 미국의 델과 중국 레노버그룹 등으로 나가던 매출이 2분기부터 줄어든 탓이다.

사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작년 말부터 시작됐지만, 그 와중에서도 재고 비축 등으로 인해 올 1분기까지만 이 같은 위탁생산업체들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PC 출하대수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5%나 늘어났다.

그러나 4월부터는 공급량을 맞추는데 한계가 보이고 있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수요에 맞춰 공급을 계속 늘려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안은 탓에 PC나 스마트폰 생산도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니혼게이자이가 미국 애플 등 IT 대기업에 주요 전자제품을 조립 생산해 납품하는 대만 19개 상장사 매출을 분석한 결과, 19개사 중 15개사의 4월 매출액은 3월에 못 미쳤다. 이들 19개사의 매출액 합계액은 4월에도 전년동월대비 18% 늘어났지만, 그 증가율은 작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5개월 간에 기록한 20~50%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특히 19개사 중 6개사는 아예 매출이 줄었다.

일례로 혼하이정밀(폭스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아이폰은 생산해 납품하는 페가트론은 4월 매출이 10%나 줄었다. 또 스마트폰 전용 광학 렌즈로 세계 최대 규모로 생산하는 다리광전(大立光電)의 매출은 27%나 급감했다.

이처럼 대만 IT업체들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디지털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대만 IT기업들의 실적은 글로벌 경기를 점치는데 중요한 선행지표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아이폰 생산의 경우 100%를 대만 기업들이 맡고 있고, 서버의 90%와 PC의 80%, 반도체의 60% 이상을 각각 대만 IT업체들이 담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업계에서는 이미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씽크탱크 중 하나인 중국정보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서의 4월 스마트폰 출하 대수는 34% 감소했다. 1분기에는 100% 가까이 늘었다.

류영위이 혼하이정밀 회장도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스마트폰 부품 부족 현상이 2분기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대만의 대표적인 패널 제조사인 AU옵트로닉스 측도 “패널 가격도 역대 최장 기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특히 4월말부터 온라인 교육용 PC 대량 주문이 이어지면서 패널 가격도 상승히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