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게이츠의 후회…“전염병 위험, 더 경고했어야 했다”

by방성훈 기자
2020.05.12 15:02:39

게이츠, 5년전부터 꾸준히 전염병 팬데믹 경고
코로나19 사태 예견한 듯한 발언 뒤늦게 알려져
예측 들어맞자 "후회된다" "더 경고했어야" 자책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설립한 빌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이사장.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사람들이 전염병의 위험성에 좀 더 관심을 갖도록 더 많은 일을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빌 게이츠 빌 앤 멀린다게이츠 재단 이사장이 후회의 말을 남겼다. 그는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더욱 강력하게 전염병 위험을 경고했어야 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현재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 대해선 “끔찍하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게이츠 이사장은 현재 아내와 함께 재산 대부분을 쏟아부은 재단을 통해 코로나19를 비롯한 에볼라, 말라리아 등 각종 전염병 관련 예방활동과 치료, 연구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전세계 언론들은 게이츠 이사장을 투사, 영웅 등으로 추켜세우며 그의 활동에 주목해왔다.

게이츠 이사장은 그동안 전염병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협에 대해 꾸준히 경고해 왔다.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2015년 3월 전세계 최고 명사들이 참여하는 TED 강연에서 “전염병이 핵 전쟁보다 전세계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고, 2014년 WSJ과의 인터뷰에서는 “세계가 아직 전염병에 대처할 준비가 돼있지 않다”며 “제 2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등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2017년 뮌헨 안보회의에서도 “전세계적 전염병에 대비하는 것이 핵무기나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피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며 백신을 더 빨리 만드는 방법을 의견으로 냈다.



게이츠 이사장은 세계 각국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염병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를 대비하기 위한 공중보건 방어 체계 수립을 국가적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대부분은 원칙적으로 게이츠 이사장의 의견에 동의했으나, 당장 눈에 보이는 위협이 없었던 탓에 실질적 투자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벌어지자 게이츠 이사장은 “후회스럽다”, “마음이 좋지않다”는 메시지를 공공연히 남기고 있다. 그는 “우리가 과거에 좀 더 (과감하게) 행동에 나섰더라면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그러나 지금이라도 각국 정부가 대비에 나서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자국민들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이번 비극을 통해 얻은 교훈을 토대로 미래에는 전염병 발생을 막기 위한 시스템에 투자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