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강경훈 기자
2016.10.04 14:46:32
근거 없는 비난 사대주의 삼가야
글로벌 경쟁력 갖출 능력 키우고
소통 시스템 정비해 신뢰 회복해야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제약·바이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사태가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된다며 우려한다. 특히 제약·바이오산업이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비방이나 비난은 삼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미약품의 이번 올무티닙 사례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치뤄야 할 성장통으로 봐야 한다”며 “이번 일로 ‘우리나라 제약업은 가망이 없다’는 식의 자포자기는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약 1000조원 정도로 자동차, 반도체 시장을 합친 것과 맞먹는 규모다. 노바티스, 화이자, 사노피, MSD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연간 매출액은 400억 달러(44조2000억원)가 넘는다. 세계 10위까지의 제약사 평균 매출액은 364억 달러(약 40조2300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산업은 약 하나만 제대로 만들어도 순식간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길리어드의 경우 C형간염 치료제인 소발디·하보니의 성공으로 세계 6~7위권의 제약사로 순식간에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120년의 긴 역사를 갖췄음에도 국내 제약업은 업력에 비해 아직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볼만한 회사는 없는 실정이다. 국내 상장 제약사 96곳의 매출을 모두 합쳐도 16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신약에 도전하기에는 사실상 걸음마 단계다.
신약개발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지만 성공 확률률은 굉장히 낮다. 미국 바이오협회 자료에 따르면 후보물질 단계에서 최종 상업화에 성공하기까지 성공률은 9.7%에 불과하다. 한 다국적제약사 의학부 임원은 “1만개의 후보물질 중 상품으로 출시되는 것은 한 두개에 불과할 정도로 성공률이 낮다”며 “임상시험 실패로 개발이 중단되는 일은 특이한 일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척박한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잘할 수 있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일양약품의 백혈병치료제 슈펙트, 동아ST의 항생제 시벡스트로, 유한양행이 개발 중인 폐암 표적치료제 YH25448 등은 모두 이런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결과물이다.
비록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이 파기되긴 했지만 한미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연구개발(R&D)에 집중하는 대표적인 회사 중 하나다. 지금까지 15년 동안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이 9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신약개발의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대응에 미숙함을 드러냈다. 한 제약사 홍보담당 임원은 “한미약품의 문제는 약의 문제가 아니라 소통의 문제라고 본다”며 “올무티닙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고 문제가 있을 때 바로 해결을 했으면 지금과 같은 불신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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