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있는 식당서 3만원짜리 밥 먹으면?" 김영란법 세부기준 마련 놓고 권익위 '고심...

by장영은 기자
2016.08.02 16:28:22

언론·사학 등 민간영역 포함되면서 혼란 가중
'새로운 시도' 앞두고 '기발한 편법'에 대한 우려도
권익위 "관련 문의 검토 거쳐 매뉴얼 등에 기준 제시"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김영란법 시행된다고 하니까 사업 아이템이 생각이 나던데요. 한식당을 하나 차려서 연회비를 한 1000만~2000만원 정도 받는 거예요. 그리고 회원들한테는 원래 6만원짜리 한정식을 3만원에 받는다고 하는거죠. 주류는 서비스로 준다고 하구요. 식당 입장에서는 단골고객 확보되고 접대하는 입장에서는 금액 신경 안 써도 되니까 서로 윈-윈 아닌가요?”

과거 유통업체 홍보팀에서 일했던 P 부장의 이야기다.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이 다가오면서 청렴사회에 대한 기대 만큼이나 시행 이후 혼란과 편법에 대한 우려도 크다.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법 적용 문제와 법망을 피해 ‘꼼수’를 부릴 여지가 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공직자 범위에 들어가지 않았던 사립학교, 사립 병원, 언론 등이 적용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들 집단과 관련된 문제들이 많다.

김영란법의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에 P 부장의 ‘창업 아이템’처럼 연회비가 있는 고급 식당의 밥값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에 대해 문의하자, “조금 더 검토를 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일단 직접적인 식사 비용은 가액 기준인 3만원을 넘지 않지만 연회비라는 고정 비용을 어떻게 볼 건지에 대해서는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선불로 일정 금액을 계산하고 한번 식사할 때마다 1인당 얼마씩 금액을 제하는 방식의 편법이 생길 수 있단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영란법 법령과 시행령 상으로는 명확히 규정하기 어려운 이같은 사례들은 현재 국민권익위 법무보좌관실에서 검토 중이다.



예를 들어 언론사나 기업이 주최한 행사(포럼 등)에서 기자와 공무원을 포함해 참석자 전원을 대상으로 40만원 상당의 태블릿PC를 나줘주기로 했는데 법에 저촉되는 것이냐, 기업 홍보실이 부정적인 기사에 들어가 있는 업체명을 빼달라고 기자나 언론사에 요청하는 것은 부정청탁이냐 하는 문제도 검토 대상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헌재 판결 이후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문의가 급증했다”며 “법령 해석과 과거 판례 등을 살펴 기준을 제시할 예정이다. 필요한 경우 직종별 매뉴얼에도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익위는 이달 하순께 공무원, 공직자, 학교 교원, 언론인 등 적용대상을 3~4가지 직종으로 분류한 직종별 매뉴얼을 발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권익위에 들어온 문의를 정리한 FAQ(자주 묻는 질문)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법령에서 제시한 부정청탁 유형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나 금액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사례 등에 대해서는 개별 케이스에 따라 법원이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여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와는 별개로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규정한 수수(授受) 가능 식사·선물 금액 기준에 대한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어 이를 조정하기 위한 막판 진통도 예상된다. 법제처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시행령안에 대한 부처간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정부입법정책실무협의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