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합법이민도 옥죈다…취업허가 5년→18개월 단축
by방성훈 기자
2025.12.05 10:21:22
망명자·난민 취업허가 재심사…"美서 일하는건 특권"
워싱턴DC 주방위군 피격 계기 이민정책 강화 일환
육가공 공장, 노인요양·돌봄 등 인력난 심화 우려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망명 신청자 등 합법적인 이민자의 취업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3세계로부터의 이주를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 일환으로 풀이된다. 미국 내 합법 이민 단속이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 및 이민 서비스국(USCIS)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망명 신청자나 각종 인도적 체류 자격 신청자가 받는 취업허가 카드의 유효기간이 기존 5년에서 18개월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새 규정은 이날부터 즉시 발효됐으며 새로 발급되는 취업허가에 우선 적용된다. 주요 대상은 망명 신청자와 난민, 이미 망명이 승인된 사람, 추방 유예(withholding of removal) 등 인도적 보호를 받는 이민자들이다. 별도의 취업허가 카드가 필요 없는 H-1B 등 취업비자 대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지프 에들로 USCIS 국장은 “허가 기간을 짧게 하여 재심사를 더 자주 할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며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 취업허가 기간을 5년으로 늘렸던 조치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2023년 남부 국경을 통한 망명 신청자 급증으로 취업허가 갱신이 제때 이뤄지지 않자 유효기간을 기존 2년에서 5년으로 늘린 바 있다.
이번 조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이민자가 워싱턴DC에서 주 방위군 2명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 이후 나왔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영구 중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입국 금지 대상국을 현 19개국에서 30여개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병행하는 등 합법 이민자를 포함한 광범위한 ‘역이민’(reverse migration)을 추진하고 있다.
새 규정 도입으로 과거 이민 케이스에 대한 재검토 작업까지 병행하면, 이미 심각한 합법 이민 심사 적체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난민·망명 신청자를 주로 고용하는 업종에서 수십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전 행정부 때에도 심사 적체로 수십만명이 취업허가 기간 만료 전에 새 카드를 받지 못해 일시 해고·휴직을 당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육가공 공장 등에서는 그간 망명 신청을 통해 취업허가를 받은 이민자들에게 의존해 인력을 채워왔다고 WSJ는 전했다. 노인요양·돌봄 분야에서도 인력난 심화에 대한 경고 목소리가 나온다.
노인 주거·요양 시설을 운영하는 ‘굿윈 리빙’의 롭 리브라익 최고경영자(CEO)는 “망명 신청자들의 미국행을 꺼리게 만들어 노인돌봄 인력 부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이미 간호사, 조리사, 미화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잠재 인력풀이 더 줄면 요양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망명신청자 옹호 프로젝트’의 콘치타 크루스 공동 대표도 “취업허가 기간 단축은 모두에게 해롭다. 유효기간이 짧아지면 심사 적체가 더 심해지고, 그 결과 망명 신청자들이 일자리를 잃어 고용주·동료·지역사회가 모두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