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태원의 특명…SK, 북미 대관 컨트롤타워 세운다

by김상윤 기자
2024.03.05 16:00:00

'SK USA'→'SK아메리카스'로 간판 변경
사업개발 기능 제외…대외 협력 기능 통합
SK하이닉스, SK(주), SK E&S도 추가 출자
새 대표에 유정준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SK그룹이 북미지역 대외협력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세운다. 기존에 계열사마다 뿔뿔이 흩어져 있던 대외협력 기능을 통합한 뒤, 배터리·에너지 정책 변화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차원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18일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3 CEO세미나’에서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SK 제공)
4일(현지시간)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는 지난 2일 북미지역 사업 전략을 담당했던 ‘SK USA’ 법인을 ‘SK아메리카스(SK Americas)’로 법인명을 변경하고, 각 계열사가 각각 담당하던 대외협력 조직을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2001년 설립한 SK USA는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51대 49로 각각 출자해 만든 자본금 300억원 규모의 법인이다. SK의 여러 계열사들의 북미 산업 개발을 담당하던 ‘전초기지’ 역할을 했다. SK는 SK USA의 사업 개발 기능은 국내·외 계열사에 맡기고, 새 법인인 SK아메리카스를 대외협력 총괄 컨트롤타워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출자구조도 변경한다. SK아메리카스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외 SK하이닉스, SK(주), SK E&S가 추가 출자해 5개 회사가 각각 20%씩 지분을 보유하는 형태로 변경한다. 이달 내 각 계열사마다 이사회를 거친 이후 출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SK아메리카스 대표는 북미 사업을 총괄해 왔던 유정준 SK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이 낙점됐다. 그는 2022년 SK E&S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그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북미 대외 협력을 담당해 왔다.



이 같은 방안은 지난해 말 최태원 SK 회장의 특명에 따라 진행됐다. 최 회장은 한 단계 고도화한 ‘글로벌 전략경영’을 강조하면서 미·중 등 주요 글로벌사업 거점에 그룹 통합 조직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정준 SK E&S 부회장
북미에는 SK 법인이 239개(미국 23개, 캐나다 4개)에 달한다. 그간 북미지역에 반도체·배터리·바이오·수소 관련 신산업을 대거 확장한 만큼 이제는 미국 정부 대관 기능을 강화하면서 사업 내실화에 집중해 북미 사업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11월 미국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될 경우 파리기후협약 탈퇴, 석유가스산업 지원 확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 등을 공약하며 미국 에너지 인프라 정책의 격변을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SK의 기존 사업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SK 관계자는 “이미 주력 계열사들이 북미지역에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사업을 충분히 확장했고, 이제는 내실화를 꾀할 단계”라면서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SK아메리카스는 계열사마다 각각 이뤄졌던 대외협력 업무를 통합하고 미국 정부와 긴밀히 접촉해 사업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