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사업 포트폴리오 다시 짜라” 주문 배경은

by백주아 기자
2023.07.18 19:31:15

“기업가치 제고” 당부했지만…신용등급·재계순위 뒷걸음질
과거 성공방식으로 지속가능성장 담보 불가능 판단
실적 둔화 고려해 수익성·자본건전성 확보 강조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8일 계열사 사장단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라”고 강력하게 주문한 배경에는 최근의 위기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신용평가회사들이 주력 계열사인 롯데케미칼(011170), 롯데지주(004990) 등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조정했을 뿐만 아니라 5위를 유지하던 재계순위도 포스코에 밀려 6위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특히 올해 초 열린 상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신 회장은 계열사 사장단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돼 기업가치를 제고해야 한다”고 주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셈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의 당부사항이 많은 점은 그만큼 롯데 내부에서 위기감이 커졌다는 방증”이라며 “현금, 자본비용, 수익성에 대한 언급이 많았던만큼 롯데의 경영평가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고 전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회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은 최근 롯데지주(004990)를 비롯해 롯데케미칼(011170) 롯데쇼핑(023530) 등 주요 계열사의 무보증사채 신용도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특히 그룹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책임지는 롯데케미칼의 경우 재무부담 증가와 현금창출능력 저하를 이유로 꼽았다. 이외에도 롯데캐피탈, 롯데렌탈, 롯데물산, 코리아세븐 등 다른 계열사의 신용등급 역시 하향 조정됐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신 회장은 이날 “매출이나 이익같은 외형성장 뿐만 아니라 현금흐름과 자본비용 측면의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며 “투자의 경우에도 투자할 때 투입하는 자원과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수익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10여년간 유지하던 5대 그룹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129조7000억원의 자산으로 재계 6위를 기록했다. 5위 자리는 포스코그룹(132조1000억원)이 차지했다. 롯데가 5위 자리를 내준 건 13년 만이다.



서울 잠실롯데타워 전경. (사진= 롯데지주)
신 회장은 특히 이날 회의에서 “사업의 관점과 시각을 바꿔달라”며 “고성장, 고수익 사업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부합하는 사업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로 전환해달라”고 주문했다. 현재 롯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각 사업군별로 대대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의 변화가 예상된다. 신 회장이 이날 과거 성공경험을 잊고 새로운 혁신을 추구해달라는 당부가 과거의 롯데에서 새로운 롯데로 탈바꿈을 주문해서다.

그룹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유통사업군의 경우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국내를 벗어나 해외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식품사업도 수익성 개선과 푸드테크를 활용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매진할 전망이다. 그룹 주력사업인 화학군은 전지소재사업과 수소암모니아 등 신사업을 강화한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그룹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헬스 앤 웰니스’와 ‘모빌리티’ 사업의 육성현황 및 계획도 공유했다.

신 회장은 롯데자이언츠가 1~2년차 신인선수를 중용해 올해 프로야구에서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사례를 들면서 능력위주의 공정한 인사도 당부했다.

신 회장은 “지금은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함께 변화의 중심에 서 달라”고 당부로 회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VCM에는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배석했다. 신 상무는 지난 1월 상반기 VCM에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