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로 성장한 LG이노텍, 미래 과제는 '탈(脫)애플'
by김응열 기자
2022.12.22 16:53:30
2019년 7조원대 매출, 3년 만에 20조원 초과 전망
비중 커진 애플이 배경…올해 3분기까지 75% 육박
사업다각화 나선 LG이노텍, 기판·전장 성장에 무게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LG이노텍(011070)이 올해 20조원이 넘는 연간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넘은 후 올해도 고속성장하는 것이다. LG이노텍 매출 중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비중이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만 아이폰 판매에 따라 LG이노텍의 실적이 좌우될 수 있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해야 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LG이노텍은 반도체기판과 LG(003550)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찍은 전장사업 등을 키우며 애플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이노텍의 올해 매출액 추정치는 20조516억원이다. 지난해 14조9456억원에서 34.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2642억원에서 1조6778억원으로 32% 늘어날 전망이다.
수년전만 해도 LG이노텍의 매출은 10조원을 넘기지 못했다. 2018년과 2019년에도 줄곧 7조원대 매출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에 9조541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또 지난해 다시 56% 증가하며 15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써냈다. 증권가 예측치가 들어맞는다면, 지난해 10조원대 매출 성과를 낸 데 이어 1년 만에 20조원을 넘기는 셈이다.
이 같은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애플이 있다. LG이노텍은 애플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아이폰용 카메라모듈을 납품하고 있다. LG이노텍의 매출 중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커졌다. 2018년에는 61%였고 2019년에는 64%였다. 2020년에는 67%로 더 늘었고 지난해에는 75%까지 올랐다. 올해도 3분기까지 매출의 74.8%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애플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아이폰 생산 차질이나 판매 부진과 같은 변수가 발생할 경우 LG이노텍 역시 여파를 맞게 될 수 있다는 문제 역시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하반기에는 아이폰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 정저우의 폭스콘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자 LG이노텍 실적이 하락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기도 했다.
LG이노텍은 애플 의존도가 높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카메라모듈 사업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사업부 외에 전장부품사업부와 기판소재사업부를 키우려 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플라스틱 소재를 혼합한 자율주행용 카메라모듈 렌즈를 개발했는데 기존에 유리로만 이뤄진 제품보다 크기와 두께를 줄였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
| LG이노텍이 개발한 자율주행용 카메라묘듈 렌즈 신제품. (사진=LG이노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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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에는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반도체 기판 시설과 설비에 4130억원 투자를 결정하는 등 기판 사업 확대 의지도 드러냈다. FC-BGA는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전기 신호가 많은 반도체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으로, 수요는 많으나 공급은 부족하다. LG이노텍은 임대로 사용하던 LG전자 구미공장을 인수해 FC-BGA 생산거점을 확보해둔 상태다.
LG이노텍은 “고부가가치 제품인 FC-BGA를 비롯해 전장 등 다른 사업부의 성장을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