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송차 앞에 눕고 “살인자”…정인 양부모 첫 재판에 폭발한 분노

by박순엽 기자
2021.01.13 13:59:31

서울남부지법, 13일 故 정인양 양부모 1차 공판 열어
이른 아침 재판 전부터 법원 앞은 ‘엄벌 요구’ 목소리
‘살인죄 적용’엔 환영…‘양부모 혐의 부인’엔 한숨소리
재판 끝난 뒤 양부모 탄 차량 가로막혀…쏟아진 비난

[이데일리 박순엽 공지유 기자] 지난해 입양된 생후 16개월 여아 정인(입양 전 본명)양을 지속적인 학대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 재판이 13일 열렸다. 이날 재판이 열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동학대 방지 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몰려 법원 일대는 대혼잡을 겪었다. 시민들은 양부모가 나타나자 이들을 향해 “살인자”, “악마 같은 X”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분노했다.

‘정인이 사건’ 피의자 입양모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인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원들과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른바 ‘정인이 사건’의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 앞은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을 비롯해 정인양 양부모의 모습을 보러 나온 시민들이 모여들면서 떠들썩했다. 시민들은 재판이 열리기 전인 오전 9시부터 법원 앞에 모여 피켓을 들고 모여 “정인아 우리가 지켜줄게”, “양모를 살인죄로 처벌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법원 앞 시민들은 정인양을 생각하며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려고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회사에 연차를 내고 법원에 왔다는 이경화(38)씨는 “10개월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처음 정인이 사건을 접했을 때 우느라 잠도 못 자고 밤을 지새웠다”며 “그 나이대 아이들이 뼈가 작고 약한데 (학대를 당했다니) 더 와 닿아서 아이를 볼 때마다 정인이가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토끼 탈을 쓰고 법원을 찾은 김지선(38)씨도 “양모가 합당한 처벌을 살인죄로 받아야 하니까 힘을 보태고 싶어서 나왔다”며 “정인이가 원고로서 자신을 죽인 사람을 오늘 마주해야 하니 무섭지 말라는 마음에 토끼 탈을 쓰고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반적 살인이 아니라 아기를 학대하고 고문한 것”이라며 “법정 최고형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후 16개월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한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양부인 안모씨가 공판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인양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혐의 등을 받는 양어머니 장씨는 이날 오전 9시 5분쯤 호송차를 타고 법원에 도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들은 호송차가 지나갈 때마다 “양모를 사형하라”고 호송차를 향해 소리쳤다. 많은 인파가 몰리자 양천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으로 해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아울러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양아버지 안씨도 취재진과 시민들의 눈을 피해 몰래 이른 아침에 법원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법원에 미리 신변보호 조치 요청을 한 탓에 법원 내에선 해당 조치가 이뤄졌다. 안씨는 재판 시작 시각인 오전 10시 30분 전인 10시 18분쯤 법정에 들어섰다.

고(故) 정인양의 양부 안모씨가 13일 회색 후드를 뒤집어 쓰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공지유 기자)
법원 내에도 양부모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법원은 방청인이 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재판 과정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중계 법정을 법원 내 같은 층에 두 군데 마련했지만, 사전 추첨에 떨어져 방청할 수 없었던 시민 50여명은 법정 앞에 모여 재판 진행 상황을 궁금해하며 기다렸다.

정인이 사건을 접하고 일주일 새 5kg이나 살이 빠졌다는 송모(50)씨는 “정인이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차마 끝까지 못 볼 정도로 학대가 잔인했다”면서 “정인이를 잔인하게 학대한 양부모에게 살인죄가 적용되는지 지켜보려고 회사에 휴가까지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업무로 법원에 왔던 시민들도 ‘정인이 사건’ 재판이 열리는 걸 보고 관심을 보였다.

검찰이 장씨 혐의에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환영한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환영하고, 전문가들이 의견을 낸 만큼 변경되는 게 맞다”면서 “살인자는 살인죄로 처벌되는 게 바로 정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원 밖 시위를 벌이던 일부 시민은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양부모 측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하자 법정 내에선 한숨이 잇따랐다. 변호인이 “(장씨가 자신의 행위를)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고 말하자 한 방청인은 숨을 들이켜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법정에서 양부모를 향해 “악마 같은 X, 정인이 살려내”라며 소리를 지르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학대 받아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시민들이 호송차량의 앞을 막으며 사형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판이 마무리된 이후에도 양부모에 대한 비난은 재차 쏟아졌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법원 후문으로 나온 안씨가 법원 밖에 주차된 차까지 전력 질주해 탑승한 뒤 떠나려 하자 시민들은 그의 차를 막아서고 “살인자”, “공모자”라고 외쳤다. 안씨의 차량은 5분 정도 도로에 멈춰서 있다가 겨우 출발했다.

이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장모씨가 탄 호송차도 법원 정문을 나섰는데, 한 시민은 호송차가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드러누웠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시민들은 호송차를 향해 “사형하라”, “살인자”라고 외쳤고, 일부 시민들은 “정인아 미안해”라고 울먹이며 주저앉았다.

한편 이날 법원 측은 방청인 등 시민이 실내에 몰리는 상황을 대비해 청사 입구부터 체온 측정을 하고, 해당 재판이 열리는 법정이 있는 층엔 QR코드 인증을 해야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또 시민들에게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 서울 양천구청에선 마스크 착용 단속반이 출동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