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이란 제재 유예기간 종료…5일부터 모든 제재 부활
by방성훈 기자
2018.11.05 12:17:31
180일 유예기간 종료…원유·가스 수출금지 등 2차 제재
WSJ “美 vs 이란, 장기간 냉전 돌입…트럼프 정부 시험대”
유럽, 美와 뜻 달리 하면서도제재 회피 특수법인 설립 추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8일 대(對)이란 제재 부활을 예고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문서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 PHO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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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5일(현지시간) 오전 9시(한국 시간 5일 오후 2시) 이란에 대한 과거 제재를 모두 부활시킨다. 앞서 예고했던 유예기간이 종료된데 따른 후속 조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90일의 유예기간을 두고 1차 제재를 단행했다. 이란 정부의 미국 달러화 은행권 매입 및 금·귀금속 거래를 제한하고, 자동차 부문 등 일부 제재를 복원했다. 또 미국 기업들의 이란산 카페트·식품 수입 라이선스와 항공기·부품 수출 라이선스 등을 취소했다.
5일부터는 180일의 유예기간을 부여했던 2차 제재를 시행, 사실상 버락 오바마 전(前) 대통령이 취했던 모든 대(對)이란 제재를 재개한다. 이란 중앙은행과의 거래 및 이란산 석유·석유제품·석유화학제품 구매가 금지되며, 항만·해운·조선·에너지 부문 등에 제재를 가할 예정이다.
이란 경제를 압박해 핵·미사일 개발 및 테러단체 지원을 더이상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2일 합동 브리핑을 갖고 “이번 제재 복원 조치의 목적은 이란 정권의 수익원을 박탈하고 이란이 정상 국가로 행동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제재 대상인 석유·에너지·해운·금융 등의 분야에서 이란 정부·기업과 거래하는 외국 정부·기업·개인 등은 대북(對北) 거래와 마찬가지로 미국 정부의 처벌 대상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협정 탈퇴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석유와 금융 부문을 중심으로 이란 내 700개 이상 개인과 단체, 선박·항공기 등이 블랙리스트에 추가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오랜 냉전에 돌입한다”면서 “이란의 핵 관련 활동이 트럼프 행정부를 또다른 시험에 들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의 이란핵협정을 지키겠다는 유럽은 3일 이란과의 합법적인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과 행동을 달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페트리샤 모게리니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프랑스 외교장관 쟝 누스 느드리안, 독일 외교장관 하이코 마스, 제레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 등은 “핵확산을 막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고 다자간 외교협상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며 “우리는 이란과 지속적인 경제 관계를 맺길 바라며 이란의 원유와 가스가 계속 수출되길 원한다”고 밝혔다.
유럽은 그러나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특수목적법인(SPV) 설립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당초 미국의 제재 시한에 맞춰 설립하려 했으나 세부 사항에서 참여국들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한 유럽 외교관은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들을 보급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해선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제재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그간 자국 기업들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에게 2차 제재 시행 전날인 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리라고 촉구했다. 협조하지 않을 경우엔 북한과 마찬가지로 세컨더리보이콧(제3자 제재) 등의 제재를 가하겠다고 사실상 강요했다. 다만 인도, 중국 등 8개국에 대해서는 이란산 원유 수입 제한에 예외를 인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국가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선 미국의 ‘최대 압박’이 과연 지속될 수 있는지, 또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 등에 회의론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협정 탈퇴 선언 후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유예 대상 8개국이 포함된 만큼 오바마 전 정부 때보다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퍼스트월드의 줄리안 리 전략가는 “이미 이란산 원유 구매를 제로 수준으로 줄인 나라들이 면제를 받게 돼 11월 이란의 원유 수출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는 오바마 전 대통령 때보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4일 한 이란 시민이 수도 테헤란 옛 미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미국 달러화 가짜 지폐를 불태우고 있다.[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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