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미지가 '우선' 안전은 '뒷전' 대한항공 기내난동 사건

by신정은 기자
2016.12.27 15:23:02

'기내안전 강화 대책 기자간담회' 보여주기 변명 급급

27일 서울 공항공 대한항공 객실훈련센터에서 객실승무원들이 테이저건과 포박을 이용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객실승무원(스튜어디스)이 기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지 못한 것이라기보다는 안 한 것이 더 가까운 표현이죠. 대한항공은 손님이 왕이라고 생각하는데 쉽게 제어할 수 있겠습니까. 거기다 비즈니스석 승객인데…”

대한항공(003490)에서 수십년간 일해온 한 직원은 이처럼 말했다. 이번 승객 난동 사건이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대한항공 승무원의 경직된 문화에 있다는 것.

또 다른 직원은 근본적인 책임이 오너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이 평소에 직원들에게 ‘고객 불만이 절대 없도록 하라’고 강조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기내뿐만 아니라 공항 카운터도 콜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고객 불만족’이 나오면 괜한 불이익을 받을까봐 승무원을 비롯한 직원들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그렇다보니 대한항공 내에서는 소위 ‘갑질’을 하면 오히려 대접을 받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내에서 술에 취해 폭행하고 재물을 손괴하는 등 난동을 부려도 경찰은 간단한 조사 뒤 귀가시키는 것이 다반사다. 과거에 또 다른 승객이 난동을 부렸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모양이었을 테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잘못없는 승무원들이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팝가수 리처드 막스가 SNS에 이번 기내 난동을 공개하면서 대한항공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한항공은 사건 이후 ‘항공사의 대처가 미숙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자 부랴부랴 27일 기내안전 강화 대책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대한항공은 기내 난동 발생 시 조기 진압 위한 테이저건 사용 조건과 절차·장비를 개선하고, 전 승무원 대상 항공보안훈련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겉보기에는 그럴듯 해 보이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내용은 없었다.

기자들에게 보여준 훈련상황도 아쉬운 구석이 많았다. 짜인 각본대로 보여주기만 급급했다. 화재 진압 상황에서 소화기는 실제로 뿜어져 나오지도 않았다. 이건 그냥 ‘훈련’이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급하게 마련된 기자간담회는 그저 보여주기 위한 훈련, 사건을 무마하기 위한 변명의 자리처럼 느껴졌다. 대한항공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이미지’ 중심의 문화만 확인한 자리였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대부분 외항사에서는 훈련 때 서비스 교육보다 안전 교육을 훨씬 길게 한다. 한 외항사 직원은 대한항공 승무원을 보면 안전보다는 서비스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한항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항공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서비스’인지 ‘안전’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사진=리차드 막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