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가로수길을 붕세권으로”…시몬스, 침대 대신 붕어빵 앞세웠다

by김세연 기자
2024.12.02 16:14:58

2일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 오픈
2020년부터 운영한 ‘침대 없는 팝업스토어’, F&B 브랜드로 독립
오픈 첫 날부터 붕어빵 찾는 방문객 이어져

[이데일리 김세연 기자] “주변에 붕어빵 파는 곳이 없어요. 붕어빵 먹고 싶어서 회사 직원들한테 은근슬쩍 운을 띄웠죠.”

이른 아침부터 서울 강남구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를 찾은 20대 직장인 이모(26) 씨는 주문한 붕어빵과 핫도그를 기다리며 한껏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가로수길 인근에 거주하는 이송희(37) 씨도 “가로수길 인근에는 붕어빵을 파는 곳이 없다. 붕어빵 먹으러 나왔다”며 매장 안의 파도 소리와 바닷가 모습을 배경으로 붕어빵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겼다.

2일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있는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에 온 고객이 붕어빵을 기다리며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시몬스)
고물가 등으로 붕어빵 가게들이 자취를 감추자 인근에 붕어빵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가 겨울철 삶의 질을 결정한다며 ‘붕세권’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피싱 클럽 콘셉트로 꾸며진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는 슈크림, 팥, 피자 등 3가지 맛의 붕어빵 ‘핫 피쉬’를 주력 메뉴로 판매한다. 가로수길 인근 직장인과 주민은 그로서리 스토어가 들어서며 가로수길도 드디어 붕세권이 됐다며 반가워하는 분위기였다.

2일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는 시몬스가 식음료(F&B) 사업을 본격화한 뒤 내는 2번째 매장이자 서울에 여는 첫 매장이다. 시몬스는 부산, 서울 청담 등에서 운영한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시몬스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브랜딩 회사인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를 지난해 12월 별도 법인화한 후 올해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하나의 F&B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지난 5월 경기 이전에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첫 정식 매장을 낸 데 이어 가로수길에도 정식 매장을 냈다.

이날 오전 9시께 찾은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 매장은 오픈 첫 날임에도 직장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의 발길을 끈 것은 단연 붕어빵이었다. 매장과 5분 거리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최선우(29) 씨는 “우리 회사는 연말에 덜 바쁜 편이라 직원들과 함께 바람도 쐴 겸 간식으로 붕어빵과 핫도그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2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에 방문한 사람들이 매장 1층에 앉아 있다.(사진=시몬스)
붕어빵뿐만 아니라 콘셉트에 맞춘 인테리어도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벽 한쪽을 가득 메우는 바다 배경, 10분마다 울리는 뱃고동 소리, 낚싯대와 낚시복 등 1층 매장 곳곳에 놓인 소품들은 마치 배 안에 들어온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1층 매장 입구에는 추억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설치돼 있다.



매장 2층에서는 핫도그와 붕어빵, 음료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시몬스 디자인 스튜디오가 만든 30여 가지의 굿즈도 판매된다.

2일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에 방문한 시민이 그로서리 스토어의 가재 상품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시몬스)
가재 키링, 가재 모양의 냄비 집게, 생선 콘셉트 볼펜부터 간단한 디자인의 맨투맨 티셔츠까지 이날 매장을 찾은 방문객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굿즈를 찍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붕어빵을 먹으러 왔던 20대 직장인 이씨는 “지난주 임시 개점 때는 키링을 샀는데 오늘 와보니 굿즈도 귀엽다”고 했다.

시몬스는 지역 상권 및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소셜라이징 프로젝트를 통해 침대 없는 오프라인 매장 사업을 시작했다. 2020년부터 서울 성수동과 압구정, 부산 전포동 등에서 철물점 콘셉트의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를 운영했다. 2021년에는 이름을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로 바꾸고 부산 해디란길과 서울 청담동 등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 관계자는 “그동안 MZ세대 중심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팝업 스토어를 올해부터는 F&B 브랜드로서 소비자들과 만나고 있다”며 “도심 한복판에서 아메리칸 피싱 클럽의 감성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방문객들에게는 이색적인 경험을, 지역에는 새로운 활기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신사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