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이 '블랙핑크'에 사활을 건 이유

by홍수현 기자
2023.04.04 16:18:05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 응모 조회수 100만
MZ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60%…표심잡기 나서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오는 2024년 대선·총선·지방선거 등 굵직한 선거를 일제히 앞둔 인도네시아 정치판에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 열풍이 뜨겁다.

블랙핑크 (사진=블랙핑크 공식 페이스북)
인도네시아 야당인 그린드라당을 비롯해 연대당(PSI) 등은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을 경품으로 내걸고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 그린드라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지한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 추첨을 위한 응모 방법 영상은 한 달도 안 돼 조회수 100만을 넘어섰다.

그린드라당은 블랙핑크 굿즈를 착용한 뒤 자당 대선 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의 얼굴이 그려진 광고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올린 후 당과 후보를 태그하면 티켓 추첨에 응모가 된다고 밝혔다.

연대당도 당 공식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게시물을 리트윗한 사람에게 추첨을 통해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을 경품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그린드라당 트위터에 올라온 블랙핑크 콘서트 티켓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다. (사진=그린드라당 트위터 캡처)
이처럼 인도네시아 정치인들이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매달리는 까닭은 단순하다. 1980년 이후에 출생한 일명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Z세대가 전체 유권자의 60%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민수권당(PAN)은 지난해 당 행사에 한국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를 초청해 공연을 열기도 했다. 공연을 기획한 지타 안자니 PAN 중앙집행위원회 위원은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K팝 공연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자카르타 콘서트에 인파가 몰렸다. (사진=AFP 연합뉴스)
이같은 정치인들의 행보에 청년층의 반응은 엇갈린다.

블랙핑크 공연 티켓을 경품으로 내건 그린드라당의 게시물에는 “블랙핑크의 이름을 정치적 이해관계에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는 답글이 달리는 등 행사를 비판하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중적 지지층을 확보하려는 정당의 노력 중 하나로 생각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