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국내 금융사, 복합위기 충분히 극복 가능"

by노희준 기자
2022.11.07 15:00:00

외신 기자 오찬 간담회
단기자금시장 경색, 시스템 전반 유동성 문제 아냐
은행 건전성 지표 양호...가계부채 관리 가능
환율급등 은행 외화부채 영향 제한적
PF대출 사태, 지원하되 자구계획 면밀히 볼 것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융감독원장은 7일 국내 금융회사가 최근 복합위기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부실화에 따른 금융기관 동반 부실 우려에는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대출을 과다보유한 증권사에는 시장 안정 목적 유동성을 공급하되 자구계획 이행여부를 철저히 따지겠다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은 이날 외신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고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대외 리스크 요인으로 한국 경제·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됐다”며 “최근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조달 애로가 있었지만 금융시스템 전반의 유동성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 등 특정부문에 한정해 선별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하고 있다”며 “한시적 시장안정조치를 통해 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중개기능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복합위기에 대해 “정부와 금감원을 포함한 관계기관이 강력한 시장안정의지와 위험관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금융회사들 역시 최근의 위기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건전성과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고 역설했다.

금리 상승에도 국내은행 건전성 지표는 양호하다고 봤다. 6월말 국내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29%로 모든 은행이 규제비율(10.5%)을 큰 폭 상회하고 있다. 자산건전성지표인 부실채권비율(총 채권중 이자가 석달이상 밀린 채권비율)과 대손충당금적립률(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도 같은기간 0.41%, 205.6%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다.



이 원장은 환율 급등에 따라 크게 늘고 있는 국내 은행 외화부채를 두고는 “환율변동이 은행 건전성·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국내 은행은 외화포지션 관리, 환헤지 등 리스크관리를 하고 있는 데다 외화자산 규모가 외화부채보다 크다는 이유에서다.

3월 기준 국내총생산(GDP)대비 104.3%인 가계부채는 은행권 양호한 건전성을 감안할 때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했다. 가계부채는 2020년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전년(4.2%)대비 2배 수준인 연 8%로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안정화 추세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0.01% 감소했다. 금리 급등과 자산시장 조정 탓이다.

그는 부동산 익스포져(위험 노출액)와 관련해서는 “전 금융업권별 부동산 익스포져를 점검했고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건전성·유동성 리스크 관리 강화를 지도하고 익스포져가 큰 증권사 및 사업장 위험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할 것”이라며 “시장 쏠림현상으로 인한 자금공급 왜곡을 정상화하고 정상사업장에는 원활한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시장 안정대책의 하나인 부동산PF 증권사에 대한 지원이 도덕적 해이를 부르지는 않도록 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단기성과에 집착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채 PF사업에 적극 뛰어든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유동성 지원을 받는 증권사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자구계획 이행여부 등을 철저히 관리하겠다”며 “특정부문에 위험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홍콩주식 급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상품의 원금손실 우려를 두고는 “대부분 2024년부터 만기가 도래해 단기간 내 대규모 손실발생 가능성은 낮은 편”이라며 “상장지수증권(ETN) 중 홍콩지수 하락 위험에 노출된 정방향(1X, 2X) 상품은 191억원(5개)으로 추가적인 손실발생 가능 규모는 크지 않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