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3억원 위증' 신상훈·이백순, 2심도 재차 무죄

by김윤정 기자
2023.05.25 16:01:17

공동 피고인으로 기소된 재판서 위증한 혐의
法 "피고인 지위 우선…방어권 위한 진술, 처벌 못해"

[이데일리 김윤정 기자] ‘남산 3억원’ 사건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2심에서 재차 무죄를 선고받았다.

(왼쪽부터)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사진=이데일리DB)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김수경 김형작 임재훈 부장판사)는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위증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검사 측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앞선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소송 절차가 분리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다른 공소사실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범죄사실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위가 계속되고 이때 증인의 지위보다 피고인 지위가 우선적용돼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 범위 내 허위진술을 이유로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2008년 신한은행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이상득 전 의원 측에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당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 전 행장은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신원 미상자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 당시 3억원 수수자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밝혀내지 못한 채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을 기소했다.

이후 지난 2018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으나 신 전 행장과 이 전 행장을 위증 혐의로 기소하고 수수자 규명엔 실패했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경영자문료로 3억원을 보전하라는 사전 지시를 내렸음에도 종전 횡령 혐의 재판에서 “남산 3억원 보전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고 경영자문료 증액은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 참석 때문이었다”고 위증했다고 조사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선 3억원 전달 과정에 주도적으로 기여했음에도 몰랐다고 부인한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피고인의 형사재판에서 증인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법원은 “공범인 공동 피고인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반대 신문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 진술과 증인으로서 진술이 증거 가치상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공동 피고인을 증인석에 세우는 것은 위증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공범인 공동 피고인을 다른 공동 피고인 증인으로 신문하는 현재의 재판 실무는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 측이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판단도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