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와도 노 저을 사람 없어”…정부·기업, ‘인력난’ 해소 총력

by박순엽 기자
2023.03.09 16:30:55

■ 닻 올린 친환경 선박 수주 경쟁
오는 3분기 국내 조선업 생산직 1만2872명 부족 예상
적은 임금에 높은 노동강도·구조조정 불안감이 원인
정부, 8일 ‘조선업 상생 패키지 지원사업’ 추진 발표
판교 R&D센터 구축 등 연구·개발 인력 확보도 속도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국내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에 이어 메탄올 추진선 수주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쥐면서 이른바 ‘수주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 10여년 간의 불황 끝에 호황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장 수주한 물량에 대한 건조 작업을 맡을 인력이 부족한 데다 조선업계의 미래 경쟁력을 책임질 인재들도 조선업계를 외면하고 있어 업계엔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지난 2월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을 210만CGT(표준선환산톤수·58척)라고 집계했다. 한국은 이 중 74%에 해당하는 156만CGT(34척)를 수주하며 지난달 1위였던 중국(17만CGT·9척)을 제치고 국가별 수주량 1위 자리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같은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랠리와 달리 조선소 인력난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2년 조선·해양산업 인력 현황 보고서’는 오는 3분기 기준 국내 조선업 생산직 근로자가 1만2872명 부족하리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3분기 부족했던 근로자 수 8293명보다 4000명 넘게 늘어난 규모다.

조선업계에선 생산인력을 채용하고자 구인 공고를 꾸준히 내고 있지만 정작 구직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조선업 불황 시기 임금 인상이 정체되면서 다른 일터보다 임금이 특별히 높지 않은데 다른 업종보다 높은 노동 강도와 불황 시 구조조정으로 다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조선업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지원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 ‘조선업 상생 패키지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사업은 △조선업 원·하청 임금·복지 격차 완화 △조선업 숙련인력 양성 지원 △협력업체 채용 활성화 지원 △조선업 현장의 안전한 작업장 구축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이 밖에도 올해 조선업 외국인력(E-9) 규모를 지난해(2667명) 대비 약 2배 증가한 5000명 안팎까지 늘린다. ‘조선업 전용 외국인력 쿼터’ 신설을 추진하는 동시에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숙련 외국인력에 대한 ‘장기근속 특례’를 마련하고자 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또 조선소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들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조선 생산·기술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자 ‘지역 조선업 생산인력 양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울산·부산·전남·전북·경남 조선업 밀집 지역에 생산·기술 인력을 연 2000명씩 2년간 총 4000여명을 양성하는 사업이다. 해당 교육 수료자 중 취업자에겐 1년간 최대 360만원을 채용 장려금으로 지원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조선사들은 연구·개발 인력 모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은 친환경·스마트 선박 등이 나타날 미래 조선업계에 대응하려면 꼭 필요한 존재여서다. 그러나 불황 시기 대규모 감축을 거친 국내 중대형 조선소의 연구·개발 인력은 2014년 1만4169명에서 지난해 7월 기준 7524명까지 줄어든 상태다.

이에 조선소들은 젊고 유능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하고자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연구·개발 센터를 잇달아 들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4년,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판교에 R&D 센터를 마련했다. 또 지난해 HD현대와 서울대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인 ‘스마트 오션 모빌리티’를 개설, 조선업 핵심인재 성장에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