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영업정지 또는 등록말소..HDC현산, 최악의 시나리오 가나
by하지나 기자
2022.03.28 15:23:23
국토부, 서울시에 최고 수준 징계 권고
등록말소는 성수대교 '동아건설산업'이 유일
원스트라이크아웃제 등 처벌 강화 후속책도 내놔
업계, 처벌 위주 대책 우려.."건설시장 위축 우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국토교통부가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고 수준의 처분을 내려줄 것을 관할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HDC현산에 최고 징계인 등록말소 처분이 내려질 경우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에 이어 두번째 등록말소 사례가 된다.
28일 국토부는 기자 브리핑을 열고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등에 대해 관계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중한 처분을 내려달라고 관할 관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10항을 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고의·과실에 따른 부실시공으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거나 1년 이내 영업정지를 명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법 시행령 86조에는 이에 대한 처분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했다.
이에 따라 HDC현산의 최종 처분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속히 청문회를 열고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겠다”면서 “행정처분까지는 6개월 정도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늦어도 9월 안에는 실제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징계 수준을 둘러싼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유가족들과 합의를 완료한 상황으로 1년 영업정지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과 학동사고에 이은 사고로 가중처벌을 고려해 법상 최고 수위인 등록말소가 내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제 처벌 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행정기관이 최고 수위의 처벌을 권고한 것이다. 서울시가 등록말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에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현재까지 국토부가 지자체에 내린 영업정지 이상의 처분 권고는 20건이다. 이 중 등록말소는 1건으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이 유일하다. 동아건설산업은 1997년 건설업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졌다. 권혁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등록말소는 회사의 역사가 없어지는 것이다. 브랜드와 실적이 모두 사라진다”면서 “사실상 신생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재 지자체에 위임했던 처분 권한을 일부 환원할 방침이다. 앞으로 광주 화정아이파크처럼 심각한 인명 피해가 발생해 사고조사위원회가 운영되는 경우 국토부가 직권 처분할 수 있게 된다. 사조위는 사망자 3명 이상 또는 부상자 10명 이상 또는 붕괴 또는 전도돼 재시공 필요한 사고 발생시 운영된다.
현재 지자체는 대부분 형사판결 결과 등을 바탕으로 위법성을 최종 판단하는 경향으로 처분까지 장시간 소요되고 있다. 작년에 발생했던 학동사고의 경우 아직 처분이 확정되지 않았다. 관할관청들도 처분을 내리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지자체에 수사권이 없다보니 청문회를 열더라도 시시비비를 가리기가 어렵다”면서 “행정처분 판단 근거가 불명확하기 때문에 결국 검찰 기소가 돼야 비로소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청은 학동사고 다시 철거 하청업체였던 한솔기업의 등록관청이다.
이어 국토부는 불법하도급과 관계없이 부실시공 사망사고 발생 등에 대해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다. 시설물 중대 손괴로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 사망 시에는 즉시 시장에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하고 5년간 부실시공 2회 적발 시 퇴출하는 방안이다.
시장에서는 강력한 처벌 기준이 마련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경각심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부실시공 사고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제시된 것은 건설업계의 관행에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잇따른 처벌 위주의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함께 국토부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적인 상황도 좋지 않은데 처벌 강화로 건설 시장이 더욱 위축될까 우려스럽다”면서 “아무리 현장 안전 관리를 한다고 해도 현장 근로자의 인식 변화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실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