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부동산, 가장 무거운 짐…盧 비극 겪고도 정치 안 바뀌어"(종합)

by김호준 기자
2022.02.10 14:41:43

문대통령, 10일 7대 통신사 합동 서면 인터뷰
"부동산 가격 안정 시키지 못해 가장 아파"
"盧 비극 겪고서도 정치 증오·대립 여전"
"남북 대화 의지 중요" 방북 특사 가능성은 열어둬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5일 오전 강원 고성군 제진역에서 열린 동해선 강릉~제진 철도건설 착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종료 3개월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회한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또한 문 대통령은 그간 말을 아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 이후를 되돌아보면서 여야 간 극한 대립이 벌어지고 있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국면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임기 중 가장 아쉬운 대목을 묻는 말에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픈 일”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도 부동산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사과하긴 했지만, 가격과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두고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돼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돈이 부동산으로 급격히 몰렸다”면서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었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해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러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상황 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최고의 민생문제로 인식하고 투기 억제, 실수요자 보호, 공급확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자산 격차가 심화한 점에도 정부의 정책 효과로 소득 면에서 소득 불평등 지수가 개선됐다는 점을 성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시장소득 격차가 커졌지만, 정부가 꾸준히 추진한 포용정책, 코로나 위기 시 펼친 적극적 확장재정의 성과로 지니계수, 5분위 배율, 상대적 빈곤율 등 3대 분배지표가 모두 개선됐다”고 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를 예로 들면서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했다. 최근 여야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상대 후보와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하며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전락했다는 오명을 쓴 데 따른 지적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 선거국면에서도 극단적으로 증오하고 대립하며 분열하는 양상이 크게 우려된다”며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정치권에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극단주의와 포퓰리즘, 가짜뉴스 등이 진영 간의 적대를 증폭시키고 심지어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적대와 증오를 키우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야권의 유력 인사들에게 당적을 유지한 채 내각에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끝내 모두 고사했다. 진영으로 나뉘는 정치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청년층 이슈인 ‘젠더 갈등’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심각한 일”이라고 말하며 우려를 나타냈다. 대선 정국에서 ‘이대남’(20대 남성),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젠더 이슈와 관련해 각종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청년 세대의 어려움은 더 많은 기회와 공정의 믿음을 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지 ‘남성 탓’ 또는 ‘여성 탓’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 제정도 남은 임기 동안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8월 20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백두산 장군봉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최대 성과로 강조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끝내 마무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북미 간의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로 끝난 것이 참으로 아쉽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공했다면,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남북정상회담 등 과감한 톱다운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재가동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3월 대선 전까지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국면 전환이 어렵다고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대화 의지가 있다면 대면이든 화상이든 방식이 중요하지 않다. 북한이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며 “다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퇴임 이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방북 특사와 같은 역할을 요청받으면 수용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그때 가서 판단할 문제”라고 말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퇴임 후의 계획과 관련해서는 “퇴임 후 정치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전직 대통령으로서 사회적인 활동도 구상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