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코스' 간접흡연 눈치 못채 일반담배보다 더 위험

by김용운 기자
2017.10.10 14:47:28

심재철 국회 부의장, 국회도서관 통해 자료 취합
일본 유럽 등 유해성 지적 자료 다수, 암 발생물질
연기가 나지 않아 간접흡연 부지불식간에 노출
심 부의장 "담뱃잎 말아 만든만큼 일반 담배 취급해야"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일반적인 궐련 담배와 달리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보이지 않아서 주위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피하지 못해 오히려 더 위험하다.”

최근 국내 판매를 시작한 필립모리스의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가 해외 여러 연구에서 일반 담배보다 오히려 국민건강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심재철 국회 부의장(자유한국당)이 국회도서관에 ‘새로운 담배 아이코스의 위해성 관련 국제 분석자료‘의 수집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과 유럽에서 아이코스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적지 않게 나왔다.

먼저 지난해 4월 일본금연학회는 ‘새로운 담배에 대한 일본금연학회의 견해’라는 자료를 내고 “아이코스가 건강 위험이 적고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궐련과 마찬가지로 발암 물질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사용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궐련 담배와 달리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피하지 못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스위스 베른 대학의 레토 어어(Reo Auer) 박사도 아이코스가 일산화탄소, 휘발성 유기 화합물 (VOCs),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AHs) 등 암과 관련된 화학 물질을 방출해 유해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미국 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의학전문지 ‘자마인터널메디신’(JAMA Internal Medicine)의 부 편집장인 미첼 카츠 박사 또한 “가열식 담배도 발암 물질을 주위에 유출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의 사용은 비 흡연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에 대해 “표준담배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비교해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이 평균 90~95% 적게 포함돼 있다”며 “아이코스가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덜 유해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복지부 등에 따르면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와 비교 대상으로 삼은 표준담배는 소비자들이 흔히 접하는 일반 담배가 아니라 1개비당 타르가 9.4mg, 니코틴이 0.72mg 함유돼 있는 연구용 담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용 담배 중에는 타르가 1.67mg 정도 함유된 모델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제쳐두고 타르가 많이 들어있는 모델과 비교해 아이코스의 유해성이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를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선 판매하지 않고 있다. 미국연방식품의약국(FDA)의 위험저감담배제품(MRTP·Modified Risk Tobacco Product) 승인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FDA는 기존 담배와 다른 궐련형 전자담배 등 새로운 유형의 담배에 대해서는 사전 승인을 거친 후 담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코스가 시중에 나온 지난 8월에서야 식약처가 아이코스에 대한 유해성 검사에 착수했다. 현재 아이코스는 국내에서는 ‘태우지 않는(Heat-Not-Burn) 담배’라는 이유로 전자담배로 분류되어 담배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결국 제품 유해성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황임에도 별다른 규제 없이 팔리고 있는 셈이다. 심 의원은 “아이코스는 담배잎을 말아서 만든 것으로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며 “정부는 소비자가 새로운 담배에 대한 올바른 유해성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조속히 조치하고 유해성을 낮게 표시해 광고하는 경우 즉각 제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