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명철 기자
2016.04.25 16:23:17
선행지표 대차거래잔고 61.5조…지수 상승 함께 증가
공매도 거래금액도 증가세…하락땐 개인 투자자 유의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속도가 다소 더뎌지긴 했지만 주식시장은 여전히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를 중심으로 매기가 탄탄하게 형성돼 있긴 하지만 최근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기적인 공매도 세력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이 하락압력을 받을 경우 주가 낙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관련 종목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5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2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 대차거래잔고는 61조502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차거래란 쉽게 말해 거래자가 증권사 등에게 주식을 빌려서 거래한 뒤 다시 갚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싼 값에 주식을 사들여 갚음으로써 수익을 내는 공매도를 실행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는 것인 만큼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차거래 잔고는 유가증권·코스닥시장 모두 증가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대차거래 잔고는 50조490억원으로 전날에 이어 이틀째 50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이달 초 46조~47조원대에서 최근 들어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코스닥시장에서의 대차거래 잔고도 2월 10조원선이었다가 꾸준히 증가하며 현재 11조4533억원을 기록 중이다.
공매도 거래규모 자체도 증가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한달간 공매도 거래금액은 유가증권 97조1200억원, 코스닥 73조3500억원으로 이전 한달(2월23일~3월22일)보다 각각 7조5800억원, 12조4000억원 가량 늘었다.
최근 공매도가 증가하는 이유는 주가가 상승하면서 향후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는 2월까지만 해도 1800선에 머물렀지만 글로벌 정책 공조에 대한 기대감과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25일 2014.55로 마감하는 등 이달 중순들어 2000선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스닥지수 역시 2월 600선 붕괴까지 우려됐지만 이달 21~25일 3거래일 동안은 연일 연중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704선까지 회복했다. 증시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앞으로 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 대차거래 내역을 보면 유가증권은 화학(8조1162억원)과 전기·전자(8조1159억원)에 몰린 양상이다. 올해 이들 업종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닥은 제약업종이 4조1996억원으로 대차거래잔고가 몰렸다.
주가가 내릴 때 차익을 얻는 특성상 공매도 수요가 몰리면 업종 뿐 아니라 전체 지수 상승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공매도 이슈가 아니어도 유가증권과 코스닥 모두 최근 지수가 급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상황으로 상승세가 제한적”이라며 “공매도 외에 중국발 리스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종목별로 대차잔고가 집중된 곳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가증권은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대차거래잔고가 4조6673억원이고 이어 호텔신라(008770)(1조2398억원), 한미약품(128940)(1조1710억원), 현대중공업(009540)(1조1427억원), POSCO(005490)(1조988억원) 등 순이다. 한달전과 비교해 삼성전자는 1조원 이상 늘어났다. 코스닥도 대장주인 셀트리온(068270) 2조688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035720)(1조1075억원), 메디톡스(086900)(3462억원), 바이로메드(084990)(2862억원), 파라다이스(034230)(1917억원) 등 순이다. 이중 카카오와 파라다이스는 한달전에 비해 약 400억원, 600억원 증가했다. 태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공매도는 투기적 공매도에 따른 공정한 가격형성 저해 등 역기능이 있다”며 “특정종목 공매도가 급증한 후 주가 하락 위험 등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